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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청조말 대혼란/등소평 사후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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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청조말 대혼란/등소평 사후에 온다”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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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갈등→무정부→독재권력→새 이념 창출/중 서적 ‘중국을 주시하는 제3의 눈’ 오래전 경고『덩샤오핑(등소평) 사후 중국은 화산폭발과 같은 인민봉기가 일어나 청조말기 상황을 방불케하는 대동란기를 겪게 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강력한 독재자의 출현이 불가피해지고 새로운 국가이념이 창출된다』

등이 사라진 중국이 먹구름과 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경고한 소책자가 등 생전에 중국에서 발간돼 지식인과 당간부들 사이에 암암리에 읽혀져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목이 「중국을 주시하는 제3의 눈」이라는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 중국전문가, 역자는 왕 샨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왕 샨 또는 익명의 중국 지식인이 가명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샨은 실제인물로 78년 겨울에 일어났던 중국의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공산당 계열의 진보적 지식인이다.

인민출판사가 발행한 이 소책자는 발간되자마자 당국에 의해 판금조치를 당했으나 시중에 은밀히 유포돼 최근까지 식자층의 필독서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섬뜩한 경고메시지는 장쩌민(강택민) 주석에게도 설득력있게 전해져 등 사후를 대비, 자신의 측근 등 엄선된 당간부들에게만 비밀리에 강독토록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등이 정치개혁과 경제개방의 성과로 자신이 죽더라도 중국이 탄탄대로를 달릴 것이라고 한 장담을 정면 반박하는 이 책은 등 사후 중국이 격심한 혼란에 빠지게 되며 이는 그가 남긴 유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79년 농민에게 자유를 준다며 농촌의 집단화를 해체한 점, 민주화 준비가 안된 인민들에게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착각에 빠지게 한 점이 가장 큰 오류였으며 이같은 오류가 등 사후에 국가적 모순과 자가당착을 야기, 「재앙」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는 논리다.

이 책은 시장경제 도입이후 농촌은 범죄자와 돈에 혈안이 된 방랑자, 「저질 족속」들을 양산하는 「정글」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농민이 농촌을 박차고 도시로 몰려들고 있는 거대한 「눈먼 방황」이 심화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역대 왕조들을 붕괴시켰던 농민이동 현상의 전조라는 것이다.

이들 8억 농민이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용암을 형성, 등 사후 가장 불안한 위험요소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같은 농민들의 위협에 더해 사회 각 계층간의 이해 충돌과 긴장이 깊어지면서 천안문사태와 비슷한 폭력소요가 터지고 당 지도부는 「무장해제」돼 결국 청조말 혼란기에 버금가는 무정부 상태에 빠진다고 이 책은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대환란」은 강력한 독재자를 출현시켜 과도기적인 철권통치시대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인민을 단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국가이념이 창출되는데 그 이념은 마르크시즘으로의 순결한 복귀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 책은 결론을 맺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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