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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 부는 중국풍/산둥실크,용·대나무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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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에 부는 중국풍/산둥실크,용·대나무 무늬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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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비취류 액세서리 등 전통의상서 차용한 스타일 잇달아 선보여/등 사망으로 관심 더 커질수도「동풍서화」. 덩샤오핑(등소평)의 죽음이 서구 패션계에서 다시 일고 있는 동양 그 중에서도 중국바람을 부채질할 수 있을 것인가. 세계의 이목이 중국대륙에 쏠려있는 가운데 패션에서도 중국풍 패션이 새삼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올 봄 이미 중국 전통의상에서 모티브를 찾아낸 디자이너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이탈리아의 프라다부터 서양복식사를 창의적으로 재현해내 「천재」소리를 듣고 있는 영국의 존 갈리아노, 미국적인 단순미의 상징인 캘빈 클라인까지 중국풍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관심은 디자이너들이 중국으로 대표되는 동양문화에 대해 신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움을 갈구하는 디자이너들은 오리엔탈리즘에 기댄다. 오리엔탈리즘 하면 대표적으로 중국문화를 되돌아 보는 데다 정치·외교적으로 중국과 덩샤오핑이란 인물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 흐름의 동기는 패션 내부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큰 물결이 지나가면 그에 대한 영향이 반드시 패션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전세계가 경기침체를 보이면 옷의 색깔도 가라앉고 모양이 단순해지며 환경문제가 부각되면 생태적인 개념이 도입되고 제3세계국가들의 문제가 부상하면 민속적인 감각이 보태진다. 지난 78년 덩샤오핑이 미국과 수교선언을 한 이후 서구패션계에서는 중국붐이 거세게 불었다. 정치적인 흐름이 패션에 흘러들어간 것이다. 당시 중국풍을 이끈 패션계 리더는 패션계의 제왕으로 불리던 프랑스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이다. 생 로랑은 ’77∼’78 추동 컬렉션에서 빨강에 황금자수를 놓은 중국비단에 매듭단추가 달리고 양 옆이 깊게 트인 원피스와 삼각형의 중국 모자를 「차이니즈 앙상블」이란 이름으로 선보였다. 이후 서구패션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중국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중국전통의상의 깃에서 나온 「만다린 칼라」 또는 마오쩌둥(모택동) 재킷의 깃과 같다는 의미에서 「마오 칼라」라 이름 붙여진 옷이 76년 마오쩌둥 사망이후 입혀지기 시작, 파리 런던에서 대학생, 일반인 사이에 크게 대중화한 것도 이 시기 78전후다.

사실 서양패션에서의 중국영향은 훨씬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아르누보 시대에 서양 상류사회에서는 중국 비단으로 옷을 해입고 중국 도자기를 비롯해 중국 가구 등을 컬렉션하는 생활양식이 크게 유행했다. 이 흐름을 예술사와 복식사에서는 「시누아즈리」(중국 것, 중국 물품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chinoiserie)라고 부른다.

80년대 말 중국패션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마지막 황제」를 비롯한 영화들이 서양에서 상영된 것이 그 계기다.

이전과 달리 90년대 들어서서 서구 디자이너들은 중국전통의상에서 몇 요소를 차용하는 선에서 중국풍을 받아들인다. 산둥실크를 소재로 용무늬, 대나무 무늬를 활용한다거나, 중국풍의 단발머리나 빗어 땋아올린 머리를 하고, 옥 비취 등의 액세서리를 걸친다거나 바지나 치마의 끝선처리를 중국옷 실루엣에서 따오는 것이다.

서양에서 관심을 모으는 중국 또는 오리엔탈 스타일에 대한 아시아권의 반응은 현재로서는 무덤덤한 편이다.<박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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