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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전체가 ‘작은 동물원’/특이한 동물 기르는 나상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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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전체가 ‘작은 동물원’/특이한 동물 기르는 나상윤씨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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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아나·카멜레온·거북·페릿…/정 느끼거나 의사소통 못해도 시끄럽거나 변덕스럽지 않아/어린 딸도 좋아해 가정도 화목/“애완용 파충류 박물관 건립이 꿈”나뭇가지에 매달린 이구아나와 몸위를 기어 다니는 도마뱀. 부엽토 속에서 장수풍뎅이가 자라고 수족관에서는 거북과 가재가 헤엄친다. 족제비의 일종인 페릿과 고슴도치도 방바닥을 마구 돌아다닌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나상윤(36·음악가)씨 집에는 갖가지 특이한 동물들이 가득하다. 집 전체가 작은 동물원이다. 일반인에겐 괴이하고 징그럽기만한 이구아나 카멜레온 개코도마뱀 등 파충류가 나씨에겐 귀여운 친구들이다. 5살난 딸 유경이와 함께 동물을 보살피는 그의 손길엔 애정이 가득하다.

나씨의 동물기르기 경력은 30년이 넘는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해 항상 개 고양이 새 곤충 등을 길렀다. 「파브르 곤충기」와 「시이튼 동물기」는 줄줄 외울정도로 읽었고 동물과 관련한 책이라면 안 본 것이 없다. 만류하던 부모님도 그의 유별난 동물 사랑에는 손을 들었다.

이구아나 등 파충류는 4년전부터 키우기 시작했다. 파충류 사육이 국내에는 생소했던 93년 공연차 미국에 갔다가 파충류를 애완용으로 사육한다는 사실에 접하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귀국할 때 이구아나와 카멜레온 등을 갖고 들어 온 나씨는 수족관에 파충류용 온도조절기와 각종 인테리어를 설치하고 사육을 시작했다.

사육방법을 잘 몰라 처음엔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초식동물인 이구아나는 먹이감이 평범하고 성격도 온순해 비교적 기르기 쉬웠지만 도마뱀은 달랐다. 몇달도 안돼 도마뱀 몇마리가 원인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어갈 때엔 너무 가슴이 아팠다. 살아 있는 생물만 먹는 도마뱀의 특성상 먹이감을 대는 게 큰일이어서 메뚜기와 파리유충을 함께 키워야 했다.

『파충류 사육은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변온동물이므로 실내 온도조절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온도가 낮으면 파충류는 죽어 버리거든요. 도마뱀이 처음엔 10마리가 넘었는데 지금은 3마리만 살아 남았죠. 뱀도 길렀지만 아내가 그것만은 싫어 해 1년만에 그만뒀어요』

파충류는 개나 고양이처럼 접촉을 통해 정을 느끼고 의사소통을 할 수는 없지만 시끄럽거나 변덕스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자주 접하다 보면 주인을 알아보는 것 같아요. 사람을 물거나 난폭하게 굴지도 않구요』

나씨의 애완동물은 파충류와 가재, 장수풍뎅이, 페릿, 고슴도치 등 대부분 생소한 것 들이다. 평범한 애완동물은 거의 모두 싫증이 날 만큼 키워 본 뒤의 선택인 셈이다.

나씨는 페릿을 데리고 어린 딸과 산책을 나갈 때가 가장 즐겁다. 자신을 닮아 동물을 좋아하고 동물과 더불어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딸이 대견하기만 하다. 애완동물 덕분에 가정도 화목하고 정신적인 풍족함도 느낄 수 있다. 부인 김선희(35)씨도 『남편이 워낙 관리를 잘 해 불편함이 없는데다 딸아이의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나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나씨의 꿈은 애완용 파충류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 『시행착오를 거치며 쌓은 사육경험을 바탕으로 파충류 전용 전시관을 갖고 싶어요. 파충류 사육이나 생태에 관한 외국서적을 직접 주문해 공부하기도 하고 관계기관에 박물관 건립을 타진하고 있습니다』<배성규 기자>

◎선진국의 애완동물/“사람보다 팔자가 더 좋아”/독일­개에 금니박기 유행/프랑스­동물묘지 조문 행렬/미국­개 전용 휴양소 성업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애완동물들은 거의 사람과 마찬가지 대접을 받는다. 어찌보면 사람보다 낫다고도 할 수 있다.

95년 독일의 애완동물 사육비는 무려 45억 마르크, 한화로 2조2,000여억원에 달했다. 애완동물용 사료업체들은 이같은 엄청난 시장을 노리고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중 타펠사의 개초콜릿은 사람이 먹는 것보다 2, 3배나 비싼데도 불티나게 팔린다. 최근에는 개에 금니를 박아주는 유행이 번져 개당 50만원이 넘는 금니를 한번에 4, 5개씩 박는 예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심지어 개와 고양이의 운명을 알아 보기 위해 점성술사를 찾아 다니는 사람까지 있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애완동물에 대한 정성이 정상적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애완동물 망국론」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근교의 동물묘지가 구경거리의 하나다. 「개들의 섬」으로 불리는 이 묘지에는 개 고양이 원숭이 조류 등 애완동물 1만여마리가 묻혀 있다. 한바퀴 둘러 보려면 거의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넓지만 빈 묘자리를 찾기 힘들다. 평일에도 꽃다발을 들고 오는 「조문」행렬이 이어져 묘지마다 애틋한 사연이 담긴 카드가 놓여 있고 꽃향기가 가실 날이 없다.

미국에는 개전용 휴양소가 성업중이다. 개업 5년째인 크라운스빌의 휴양소에서 개들은 주인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특별휴가」를 즐긴다. 휴양소에서는 하루종일 개들에게 디즈니영화를 보여주는가 하면 편안한 수면을 위해 밤새 은은한 음악을 틀어준다. 또 주인의 요청에 따라 털과 발톱 손질을 해주고 염색을 해주기도 한다. 냄새제거를 위한 개 전용향수도 판매한다.

일본에서는 주인이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웠을 때 퍼스널컴퓨터로 개와 고양이에게 먹이와 물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돼 시판되고 있다. 개밥을 줄 시간이 되면 주인은 외부에서 컴퓨터자판을 두드려 집의 급식장치를 가동시킨다. 전화선으로 컴퓨터와 연결된 급식장치에는 카메라렌즈와 마이크도 달려있어 주인은 개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먹이량까지 조절할 수 있다.<유성식 기자>

◎국내 고가 애완동물/“챔피언 셰퍼드 1억∼2억원”/한번 교배에 100여만원/혈통+수상경력 ‘필수’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고급 애완동물이 국내에도 등장했다. 이런 초고가 애완동물들은 대부분 순수혈통을 갖고 있거나 각종 경연대회 수상경력이 있는 동물들이다.

국내 모그룹 회장이 키우는 셰퍼드는 시가가 2억원이 넘는다. 1억원이 넘는 챔피언 셰퍼드도 국내에 몇마리 들어 와 있다. 검은색 대형 호신견인 로트바일러도 가격이 1억3,000여만원에 달한다.

미국 유명 애견회사에서 도입한 말티즈는 시가 3,000만원이 넘고 한번 교배하는 데만 100여만원이 든다. 포메라니안과 요크셔테리어도 영국과 독일 등 원산지의 순종인 경우 2,000만∼4,000만원을 호가한다. 일본에서는 챔피언 페르시안 고양이가 1억엔을 호가하며 국내에도 1,500만원이 넘는 페르시안 고양이가 있다. 모두들 혈통이 좋고 국제 경연대회를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종자들이다. 국제 애견 경연대회에서는 각 견종마다 고유의 기준에 따라 체형 치아 걸음걸이 등 다양한 특징을 검사해 챔피언을 결정한다. 올 4월에는 서울에서 국제축견연맹(FCI)의 경연대회가 열릴 예정이며 전국적으로 7, 8회의 국내대회도 계획돼 있다. 각종 대회에서 수상할 경우 가격이 50% 이상 높아지고 국제대회 챔피언이 될 경우엔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오른다.

개는 특히 혈통이 중요시된다. 소위 족보라고 불리는 혈통서에는 개의 생년월일과 출생지, 소유주, 선조의 족보가 명기돼 있다. 부계는 물론 모계까지 표시되며 이들의 수상 경력과 형제 이름도 나타난다. 한국애완견협회, 한국사역애견협회, 한국축견연합회 등 혈통서 발행기관만 수십곳에 달한다.

외국에서 수입된 경우 외국애완견 단체에서 발행한 혈통서가 첨부되며 국내에서 출생한 경우에는 교배증명서와 등록번호 등을 확인, 혈통서를 발급한다. 국내에 혈통서를 가진 개는 50여종에 약 20만마리. 진도개가 11만마리로 가장 많고 셰퍼드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등도 3,000∼4,000마리에 달한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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