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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집 펴낸 원로도예가 한익환씨(요즘 어떠십니까)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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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영혼 언어로 빚어”/가마·유약과 더불어 백자복원 한평생/칠순 넘어 시인 선언 화제<너의 가슴을 나의 품안에 끌어 안는다 내마음의 편안함이어라 그대 이름은 조선의 백자, 청백자….>

원로도예가 한익환(75)씨가 최근 첫 시집 「도자단상」을 미술저널에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칠순이 넘어 문학청년의 기분으로 시인선언을 한 셈이다. 경기 용인에 있는 익요대표인 한씨는 옅은 청색이 배어나는 조선 백자 특유의 백색을 복원하기 위해 한평생을 보냈다. 그래서 그의 가마에서 영혼으로 빚어내는 백자 색깔은 조선시대의 그것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좋은 흙과 유약간의 절묘한 조화를 통해 고려청자의 「비밀」도 거의 완벽하게 알아냈다고 자타가 인정한다.

83년 2월6일자 한국일보 사회면의 「탈」은 이런 한씨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육순도공의 얼굴이 질박한 항아리를 닮았다. 그의 얼굴은 「단려한 한국여인」으로 비유되는 백자의 선과 달리 사뭇 남성적이지만 형태와 바탕은 「백색에의 탐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필생의 목표이던 백자와 청자를 제대로 재현해냈다는 기분에 들떠있다』

14년만에 「시인」이 되어 찾아온 「영원한 도공」의 손에는 장인정신이 인생이란 물레를 통해 걸러놓은 소담스런 시집이 들려 있었다.

백자를 빚기보다 시쓰기가 어렵다는 한씨의 시속에는 흙과 바람과 물 등 자연을 사랑하고 거기에 순응하는 노도공의 정신이 녹아있다. 초벌구이한 백자에 발려진 유약이 섭씨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아흘러 순백색을 내듯이. <도자기에다 내 영혼을 넣는다고 그 많은 세월을 부셔 깼지만 언제부터인가 흙의 참 맛을 알게되면서 침묵의 스승 자연을 알게 되었고 되면서 인간의 길 깨닫게 되었다 한 잎 잎새와도 같은 도공의 꿈 도자기에다 하찮은 넣는다는 것이 어느덧 영혼이 속에 들어와 있음을> 그의 대표작 「도자단상」의 전문이다.

한씨는 『흙을 구우면 거짓이 없다. 담백하고 온화한 맛과 멋에서 조화로움이 생긴다. 흙에 충실하면 담백한 맛이 나오고 형의 유선이 멋이 날 때 온화한 감을 얻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

미국 보스턴 동양박물관과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등에서도 익요 백자의 진가를 인정, 몇점을 영구 소장하고 있으며, 뉴욕 파리 로스앤젤레스 주재 한국문화원에도 상설 전시돼 우리나라 전통 도예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42년 중국 옌지(연길)공업학교 광산과를 졸업한 도공시인은 요즘 서울 인사동 관훈동 고미술점을 자주 찾으면서 도자인생 반세기를 총정리할 개인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그리고 봄이 오면 시집을 내느라 한동안 찾지 못했던 가마에 불을 댕겨 「도자단상」이 새겨진 백자를 구워낼 것이다.<설희관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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