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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등이 남긴 것/윤태형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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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등이 남긴 것/윤태형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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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민을 이끈 「작은 거인」, 「중국의 훌륭한 아들, 덩샤오핑(중국적 호아자, 등소평)」으로 일컬어진 중국의 최고 실력자 등의 사망은 과연 중국인들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등의 사망소식이 중국 신화통신과 중앙TV(CC TV)를 통해 처음 보도된 20일 새벽. 중국 안팎의 해외 취재진들은 이를 확인, 보도하느라 잠을 설쳐야 했다. 그러나 중국내에는 이보다 한참 지난 이날 상오 6시30분께 사망소식이 라디오와 TV를 통해 발표됐지만 베이징(북경)은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사망 발표 하루 뒤인 21일 상오부터 수천명의 추모객들이 베이징시 중심 천안문 부근의 인민혁명기념탑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군중은 지나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일부는 등의 죽음을 「중국 역사의 중요한 한 순간」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날 이곳을 찾은 60대 이상의 중국인들은 공산당 혁명원로로 마오쩌둥(모택동)에 이어 장기간 절대통치자였던 등의 죽음을 대부분 비통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눈가는 중국의 「대장정 세대」를 마감하는 인생무상의 감회어린 눈물로 젖어있었다.

등의 강인한 경제개혁 정책속에서 「중국의 전통과 개혁」의 양단을 쥐고 달려온 40∼50대 중국인들은 등의 죽음을 묵묵히 애도하며 그들의 생활속에 이미 밴 자본주의 사회의 습성과 사고속에 박혀있는 사회주의에의 갈등속에 지친듯 표정없는 모습이었다.

20대 젊은이들은 생전 말로만 들어오던 「위대한 전설」의 끝을 재확인한듯 호기심어린 눈빛만 잠시 보였다.

유언에 따라 그의 안구가 기증되고 화장한 재가 바다에 뿌려질 것이란 발표가 있었지만 이를 화제로 올리는 중국인은 많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이미 등이 흘러간 역사의 인물로 빠르게 잊혀지고 있는 듯했다.<베이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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