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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기와 우리의 전략/이한동 신한국당 고문(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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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위기와 우리의 전략/이한동 신한국당 고문(아침을 열며)

입력
1997.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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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의 당비서 황장엽은 아직 베이징(북경)의 한국 대사관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이제 좀 더 냉정하게 황장엽 망명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과 파장을 미칠 것이며, 우리의 대응전략이 어떻게 되어야하는지 숙고하여야 한다.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황장엽의 망명은 북한 권력엘리트의 균열을 의미한다. 이는 김정일체제의 두 기둥이었던 군부 강경파와 당정의 개혁지향적인 온건파의 갈등에서 호전적인 군부가 실권을 장악하였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지식인과 온건파들이 김정일체제에 대해 깊은 고뇌와 불만, 그리고 저항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읽을 수 있다. 김일성 사망이후 군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권력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 권력내부의 불만이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은 그동안 경제위기와 극심한 식량난을 물리적 힘에 의해 버티어 왔다. 김정일을 떠받치는 것으로 일사불란한 군부와 이념 및 상징조작을 수행해 온 당정의 지식인이 있었다. 황장엽의 망명은 이 한 축의 붕괴를 의미한다. 이제 북한의 체제위기는 경제위기에서 정치위기로, 그리고 정통성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김정일은 좋든 싫든 북한의 권력구조를 재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재편과정에서 정책논쟁과 노선투쟁이 내부적 권력투쟁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일은 반김정일파에 대한 숙청을 단행하면서 의도적으로 남북관계에 긴장을 높여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은 자신의 통치의 정당성을 남북대결과 긴장에서 찾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비무장지대 도발과 동해안 잠수함 침투같은 사건을 일으켜 남북관계의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자신의 집권 불가피성을 강화하고 내부결속을 도모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우리가 입은 경제적 피해액은 6,000억원에 달했다고 분석됐다. 북한이 이같은 무력 도발을 다시 자행한다면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에 더욱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위기에 대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단기적 대응전략은 안보체제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하게 대처하고, 문제의 확산을 철저하게 예방하여야 한다. 우리의 대북정책은 이상은 높게 두되, 그 접근은 힘에 바탕한 철저한 현실적 접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비록 북한이 경제파탄상태에 빠져 아사자가 속출하고, 많은 탈북자가 생겨났지만 북한체제가 금방 붕괴될 것으로 속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북한이 급속하게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한 대북정책을 수립해서는 안된다. 러시아의 억압적인 차르체제에 대한 지식인들의 저항운동이 체제붕괴로 연결되기까지는 거의 한세기가 걸렸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가장 희망하는 평화적인 방법에 의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의 격차를 「하늘과 땅처럼」 벌려놓고, 우리의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 이외에 다른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북한의 정치변동이 어떻게 진행되든지간에 우리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경제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것이다. 경제력을 중심으로 한 국력을 키우는 것이 북한의 정치위기에 대한 우리의 장기적인 대응전략이다.

황의 망명으로 남북의 이념대결에서 우리가 승리했다고 자축하는 분위기가 있으나 이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의 현실적인 군사대결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군사 교리는 「전략은 비판적으로, 실천은 낙관적으로」 행할 것을 가르친다.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이 대북정책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때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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