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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과담화/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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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사과담화/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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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4주년인 25일 한보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과담화에는 한보사태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추스리고자 하는 간곡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1년을 앞두고 국정의 마무리 청사진을 밝혀야할 자리가 침통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정확히 6년전인 91년 2월19일 노태우 대통령도 역시 한보가 주역이었던 수서사건에 대해 대 국민사과담화를 발표했다. 노대통령은 『수서사건에 대해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국민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수서사건을 전화위복의 전기로 삼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고뇌에 찬 사과담화에도 불구하고 수서사건은 결코 진정되지 않았다. 의혹의 핵심인 「누가 한보에 특혜를 주라고 외압을 행사했느냐」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사과담화를 발표하기 12일전에 검찰에 성역없는 수사를 지시했다. 검찰수사는 사건의 본질인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지 못한채 국회의원 5명과 청와대비서관 1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끝났다. 언론은 이를 축소수사라고 비판했다. 시중에 온갖 루머와 설이 난무했고 급기야는 노대통령 자신이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됐다.

노대통령은 민심수습을 위해 사과담화발표 2일전에 경제부총리 등을 바꾸는 문책성개각을 단행했고 발표당일에는 집권당의 주요당직을 개편했다. 노대통령은 수서 의혹이 증폭돼가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표적이 되자 『이럴 수 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보사태를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6년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주연과 조연이 바뀌었고 전개장면들의 순서가 조금 다를 뿐이다.

한보사태가 진정되지 않고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대출해 주라고 압력을 행사한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음모설이 난무하고 음해주장이 횡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의혹의 핵심이 풀리지 않는 가운데 처방이 나온다 한들 과연 무슨 소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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