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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는 「이한영 테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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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피 못잡는 「이한영 테러」(사설)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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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씨 권총피격사건이 발생한지 닷새가 지났다. 그러나 경찰·안기부·기무사 등 합동수사본부는 당초 간첩소행으로 추정했던 사건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자 사건의 성격에 대한 판단에 혼란을 빚고 있다.이 사건수사를 담당한 경찰 등 합동수사본부가 드러내고 있는 수사미숙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 초동수사의 잘못으로 사건의 윤곽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꼽지않을 수 없다. 사건발생 1시간만에야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수사의 결정적 단서가 될 권총 탄피와 탄두수거도 제대로 못해 범인들이 사용한 권총의 유형을 식별하는데 혼선을 빚었다.

둘째는 피격당한 이씨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걸려 대공사건으로 관련기관과 합동수사 체제를 갖추는 것부터가 지체됐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셋째는 합동대공수사를 한 경험의 부족때문인지 경찰·안기부·기무사가 수사공조는 커녕 오히려 공다투기 식의 제각각 수사를 펴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건 현장주변 주민들은 2∼3중으로 시달리는 괴로움마저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등 합동수사 본부가 우리를 더 실망시키는 것은 너무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수사 자세와 이 사건의 성격과 윤곽에 관한 유치할 정도의 시각이다. 황장엽 망명사건에 대한 보복테러로 남한에 겁을 주기 위해 북한간첩에 의한 범행으로 추정했던 당초의 사건성격규정이 크게 잘못된게 아니라는 것을 지각있는 시민들은 일찍이 공감했던바다.

그러나 경찰은 나흘간의 수사에서 간첩소행단서를 잡는데 실패했다고 해서 대공사건이 아닌 일반형사사건, 다시 말해 채무나 치정 등 이씨 개인의 문제로 빚어진 범죄사건으로 수사각도를 성급하게 전환하려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원칙도 일관성도 없는 이런 수사자세로는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고 우리는 본다.

수사당국이 이씨 피격사건을 그의 개인적인 원한사건으로 성격을 달리 하려는 움직임은 대공수사의 허점에 대한 비난을 면해 보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경찰의 수사체제에 문제가 있었고 수사경찰력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무능력해졌는가를 따지고 있을 수만도 없는 시점이다. 합동수사본부는 공다투기에 앞서 부족한 수사력이나마 힘을 합치고 공조해가면서 이번 테러사건을 기필코 해결해 국민들이 발뻗고 잘 수 있게 해야한다. 초동수사의 실패나 수사미숙의 잘못을 따지고 문책하는 일은 그 다음에나 할 일이다. 수사당국은 세계적 관심이 이 사건에 쏠려있음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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