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찢어진 것은 깁고 굽은 것은 펴는 방법으로 고장을 수리한다. 이런 데 익숙한 탓인지 사람의 병도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그 발병과정만 알면 쉽게 고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그럴 듯하기는 해도 너무 단순한 해법일 수 있다. 어떤 병은 그대로 내버려둬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큰 후유증을 안 남기고 저절로 낫는다. 우리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내는 것이다.사실 이런 자연경과를 밟아서 낫는 병이나 증상이 더 많다. 그런데 이런 자연치유 과정을 더 빠르게 도와주는 치료가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복통 두통 등이 거뜬히 나은 경험이 있다. 이는 신뢰하는 사람이 이해와 동정과 사랑으로 돌봐주면 웬만한 증상은 빨리 소멸되는 보편적인 치유과정의 한 예이다.
사실 100여년 전 상처와 의료기구의 소독법, 마취제 사용으로 인한 과감한 수술법 등이 도입되기 전까지, 그리고 50여년전 항생제가 발명돼 쓰이기 전까지는 의사들의 치료라는 게 본질적으로 어머니의 손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상태로 몇천년을 지내온 것이며, 지금도 그런 치료법이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효과도 클 뿐아니라 꼭 필요한 치료의 한 요소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사람의 질병을 치유하는 데는 환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관심을 보여주며,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사랑」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비현실적으로 낮은 의료보험 수가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속에서도 많은 의사들은 「사랑」을 함께 처방하는 일을 잊지않는다. 현재 일부 병원이 실시하는 「무료진료사업」도 그 일환일 것이다.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원들이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참 진료」에 앞장서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소란스러워도 의사 간호사 사회사업가 종교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랑실천」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한다.<홍창기 울산대 의대학장·객원편집위원>홍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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