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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수성(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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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수성(지평선)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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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창업보다는 수성이 더 어렵다고 한다. 창업은 창업자의 뜻이 승패를 가르지만 수성만큼은 그의 의지와 상관이 없다. 이를테면 시운이나 재운, 인덕 등 갖가지 외적인 여건 등이 어우러져야만이 가능하다. 요즘 한보사건으로 김영삼 대통령의 수족과도 같았던 홍인길 김우석 황병태씨 등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현실을 보면 이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김대통령의 인척이기도 한 홍씨의 경우, 오로지 YS의 집권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다 바쳤다고 해도 모자람이 없을 YS가문의 집사장이다. 83년 YS가 군사정권의 탄압에 맞서 죽음을 건 단식투쟁을 하고 있을 때 「김총재 없는 세상에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혼자 남겠느냐」며 핏발선 눈을 부라리며 동조단식도 마다않던 「영원한 YS의 사람」이었다. 김 전내무장관 역시 군정종식을 외치며 군사정권에 맞섰던 YS를 위해 자신이 살고있던 집을 팔아 보탰을 정도의 골수 YS맨임에 틀림없다. 황씨의 경우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프로 YS맨이다. 서울 유수한 대학의 총장을 지낸 그도 YS의 약점으로 지적되는 지적보완을 위해 흔쾌히 합류한 친YS사람이다.

이런 그들이 한보사건이라는 한 부패한 기업인의 재벌놀음에 휘말린 나머지 국가를 누란의 위기로 몰아넣은 주범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 것이다. YS 정권을 탄생시켜 「창업」엔 성공했지만 수성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김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5공과 6공 등, 지난 역사를 통해 수성의 어려움을 체험한 바 있다. 전씨 형제의 각종 이권개입으로 인한 친가쪽비리가 있었는가하면 박철언 금진호씨 등 처가쪽 얼룩도 있었다. 역사가 이러할진대 김대통령도 차남에 대한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 사실의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시중엔 그를 싸고도는 무수한 얘기가 많았다. 유독 김대통령만 몰랐다는 얘기일까. 아니면 자기 아들만은 「독야청청」하리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을까. 아무튼 창업보다는 수성이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인 것 같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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