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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태 정부의 ‘없다론’/김동영 경제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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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태 정부의 ‘없다론’/김동영 경제과학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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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굵직한 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올 때면 기존사건은 선도나 관심도가 낮아져 세인의 시선이 멀어지기 마련이다. 한보사태도 연이은 대형사건과 검찰수사 종결로 「쇠퇴기」에 접어들어 잠복현안으로 남게 됐다.이처럼 상황이 변하기는 했으나 국가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온 한보사태에서 정책적·행정적인 책임을 지고있는 정부가 시종 「문제없다」 「책임없다」는 「없다론」만을 되뇌이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척 안타깝다.

한보와 관련된 정치적인 흑막은 일부분이 드러났고, 현재로서는 더이상 밝혀낼 수 없는 여러 한계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한보사태의 정부쪽 흑막은 여전히 통째로 베일에 가려있다.

한보철강의 당진제철소건설이 시작된 89년 12월이후 정부는 공유수면매립허가, 대규모 특혜대출, 코렉스공법도입허가 등을 통해 한보사태의 「뿌리」에 비료를 뿌려온 것이 사실이다. 한보의 무차별적인 사업확장은 정부측의 협조와 조연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는 재정경제원 통상산업부 건설교통부 환경부 등 상당수 정부부처가 관련돼있고, 일부 실무자들은 한보사태를 초래한 정책적인 실책을 자인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부처의 「책임없다」는 공식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한보사태는 개별기업에 국한된 문제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만을 되풀이할 뿐이다.

무려 5조원이 투입된 당진제철소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볼때 상업적·기술적인 결함으로 공사중지도 검토해야할 만큼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가 정책적인 실책을 인정할 경우 비난이 높고 책임규명요구도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당장의 화를 면하기 위해 책임회피로 일관하고 공사를 강행할경우 더 큰 화가 닥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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