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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1/몸은 썩어가도 전염성 약해(역사속의 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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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1/몸은 썩어가도 전염성 약해(역사속의 질병)

입력
1997.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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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환자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여겨져 왔다. 이는 나병이 매우 완만히 진행되는 만성병으로, 죽을 때까지 비참함을 경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병의 전염력은 결코 강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 전염병 가운데 전염력이 약한 질병에 속한다. 그런데도 사회가 격렬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그것은 몸이 차례차례 썩어가면서 악취를 풍기고 중증자는 보기에 끔찍한 모양이 되는, 바로 눈에 보이는 증상 때문일 것이다. 나병에는 설상가상으로 종교적이고 도덕적인 낙인까지 찍혔다. 다행히 의학의 발달로 인해 나병이 과거처럼 끔찍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은 나환자에 대한 편견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나병은 중세 때 십자군에 의해 대규모로 유럽에 전파됐으며, 특히 빈민층에서 크게 번졌다. 중세는 매우 정체되고 폐쇄적인 시대였다. 이런 사회에서는 급격한 경과를 보이는 급성전염병보다는 나병처럼 진행이 매우 완만한 만성전염병이 유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병은 13세기 때 전성기를 구가하다 14세기에는 감퇴기에 들어선다. 나환자의 격리조치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지만 그 보다는 이 시기의 흑사병이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여겨진다. 쉽게 2차 감염이 되는 나병환자들은 당시 대유행한 흑사병에 걸려 거의 몰살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나병은 의학과 사회의 진보보다는 페스트라는 더 무서운 질병에 의해 기세가 꺾였다고 볼 수 있다.<황상익 서울대 의대 교수·의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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