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생활소품과의 만남은 즐거움을 넘어서 때로 작은 연못에 파문이 이는 듯한 흥분을 던져준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조선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자물쇠는 그런 흥분과 함께 디자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우리나라 가구용 자물쇠는 소중한 것을 보호하고 때로는 과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 자물쇠는 자물쇠로서의 기능을 잘 고려한 디자인 소품이기에 가치가 있다.
우선 열쇠 단면에서 보여지는 강한 구조미에서 반드시 열어야겠다는 말없는 의지를 엿볼 수 있고 유선형 고리에서는 디자인의 완결이 느껴진다. 독특하게 음과 양이 합치되는 자물통은 마치 러시아 구성주의작가 엘 리시츠키(El Lissitzky)의 작품 「Proun Room」을 연상시킨다. 단지 구성만을 위한 구성이 아니라 선이나 면이 나름대로 실내외 공간에서의 구획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점에서 그러하다.
잠가 놓았을 때는 좋은 비례로 건축된 고층건물이 누운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자물쇠에서 열림방지 빗장은 열쇠·자물통과는 달리 복잡하게 고안되어 있다. 열쇠에 의해 조절되는 네 개의 날개는 이미 계산된 탄력을 가진 철판으로 본체에 용접되어 있다. 전혀 자물쇠의 일부로 생각할 수 없는 작은 종은 아마도 후에 누군가가 장난기로 덧붙인 듯하다. 이 자물쇠는 디자인의 한계랄 수 있는 한 시대를 뛰어 넘어 오늘에도 살아있다. 시대의 변천과 무관하게 아직 아름답다. 아름다움을 위한 추구는 이처럼 소품 하나하나에서도 시대를 넘어서야 후대에게 읽혀진다. 바로 이런 것이 우리 디자인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지않을까 자문해본다.<명선식 건축가>명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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