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를수록 좋다” 월내 매듭 박차/북측 태도변화로 중 부담 줄어/시기·방법 등 구체적 의제 제시북한이 태도를 바꿔 황장엽 노동당비서의 망명수용을 시사함에 따라 한중간 망명처리협상의 템포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18일 북한측의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는 입장표명에 대한 진의를 파악하면서도 주중한국대사관에 긴급훈령을 내리는 등 망명협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종욱 주중대사는 이날 상오 중국외교부를 방문, 고위관계자를 면담하는 한편, 현지에 급파된 김하중 외무장관특보 역시 왕이(왕의) 중국외교부아주국장과의 막후라인을 중심으로 황비서 자유의사확인 및 망명의 구체적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한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정부는 북한이 황의 망명저지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실리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중국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망명저지가 어렵다는 점을 통고받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14일 이후 현지에 파견된 북한협상대표단과 중국측과의 막후접촉을 통해 이미 중국측에 황비서 포기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주중 협상을 실질적으로 매듭짓는다는 목표 아래 중국측에 황비서 자유의사확인, 망명방법, 시기 등 구체적 의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먼저 황비서 자유의사 확인방법은 중국측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계자가 독자적으로 총영사관에 들어가 확인하든 남북한을 참여시켜 3자 확인과정을 거치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 중국이 판단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을 개입시켜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태도변화에도 불구하고 테러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자유의사 확인절차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망명방법과 관련해 이전의 제3국 경유방안 대신 「서울 직행」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부 당국자는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 중국의 외교적 부담이 줄어든 만큼, 정부는 제3국 경유방안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이동중 신병안전문제 등이 보장될 경우 황비서를 서울로 직접 데려오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황비서 신병처리시기에 대해 가급적 이를수록 좋다는 입장을 중국측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중국 역시 24일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중 및 3월1일부터 시작되는 「전국인민대표자회의」 등을 앞두고 이번 사건을 조속히 매듭지으려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베이징의 협상이 순항할 경우 황비서 망명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장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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