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화해 메시지 담아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으로 남북관계가 긴박한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 황의 망명과 관련한 북한의 보복으로 여겨지는 테러가 발생하는 등 남북관계 악화의 체감지수가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때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메시지로 한 광고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오리콤이 만든 크라운제과 「쿠크다스」광고는 유명 연예인을 등장시켜 빠르게 제품의 특성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과자류 광고와는 달리 제품 분위기를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춰 이색적이다.
「비무장지대」라는 설명이 붙은 화면에 철조망과 푸른 자연의 모습이 나타난다. 철조망 너머로 남과 북의 대결이 없는 땅에서 노루가 즐겁게 뛰어 놀고 있다. 꽃 위를 날아다니는 벌의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이곳이 보기만큼 평안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음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알이 꽂힌채 녹슬어있는 탄띠와 구멍난 철모. 동족상잔의 아픔을 증거하는 유물이다. 이어 남과 북을 가로막는 철조망에 하얀 쿠크다스가 꽂혀있는 장면이 나오고 쿠크다스를 꽃으로 착각한 나비가 그 위에 앉는다.
풍경 위로 『세상이 좀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소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마지막에 쿠크다스 제품이 선보이면서 끝을 맺는다.
이 광고는 소비자 조사 결과 쿠크다스가 수다 떨면서 먹는 과자가 아니라 진지하고 분위기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먹는 과자라는 이미지를 확인한 뒤 제작되었다. 『제품의 특성보다 화해와 대화라는 가치를 메시지 전달의 도구로 삼았다』는 것이 제작팀의 설명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싱거운 광고일 수도 있겠지만 특정 제품을 설명하면서 남북대치 상황이라는 큰 주제를 끌어들여 소화해 낸 방식이 새롭다. 크라운제과는 광고가 나간 뒤 남북 긴장사태가 발생해 생각지도 않았던 효과를 얻은 셈이 됐다.
지난 연말에 촬영한 이 광고는 하지만 실제 비무장지대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다. 호주 시드니 근교에서 용접기로 구멍을 뚫고 염산으로 부식시켜 만든 소품으로 비무장지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오리콤 제작팀은 앞으로 「부드러운 세상」을 주제로 한 캠페인성 쿠크다스 광고를 계속 만들 계획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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