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기정사실화… 숙청작업 돌입한 인상/극비리 책임규명 착수 “상당수 문책” 소문북한 외교부가 황장엽 노동당 비서의 망명허용을 시사한 이후 베이징(북경)주재 북한 대사관은 황의 망명을 기정사실화하고 후속대책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움직임은 황의 격하작업이다.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은 외교부의 입장 천명을 전후해 황에 대한 호칭을 「배신자」 「나쁜놈」 「용도폐기된 자」 등으로 격하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 대사관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창준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는 김정일의 55회 생일축하기념 만찬이 열린 17일 밤 인사말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놈이고 낮은 지위에 있는 놈이고 「나쁜놈」은 있게 마련이다』며 『변절자는 갈테면 가라』고 황을 간접적으로 「나쁜놈」으로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대사 등은 황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북한 대사관내에서는 황을 「용도폐기된 자」 「배신자」 등으로 공공연히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지금 북한측이 황의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은 북한의 숙청과정에서 볼 수 있는 수순』이라며 『며칠후면 북한에서 황에 대한 악평이 공개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대사관의 한 관계자도 1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황을 지칭할 때 그간에 사용하던 「황비서」대신 「황장엽」이라고 직함을 생략했다.
황에 대한 호칭격하와 함께 주중 북한 대사관측은 내부적으로 이번 사건의 책임소재 규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베이징에 나와 있는 각 기관·조직요원·재중북한교포(조교)사회의 동요를 최대한 방지키 위해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에서 급파된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노동당 조사단은 주창준대사를 비롯, 대사관 당비서, 정보책임자 등에 대한 책임규명 작업을 극비리에 진행중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대사관은 이들 조사단이 대사관 고위간부를 포함한 상당수 인원을 엄중하게 문책할 것이라는 소문으로 흉흉한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주대사가 이번 사건과 관련 적극적이고 활발한 외교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상당히 위축돼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평양에서 급파된 노동당 조사단은 베이징에 있는 각 기관 및 조직요원과 조교들의 내부동요와 추가이탈 방지는 물론 관련기관 및 조직 재정비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장학만 기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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