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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10%」 벗어나려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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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10%」 벗어나려면(사설)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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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의 인기가 「10% 미만으로 떨어졌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국내정세는 취임후 가장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의 실토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다수 국민은 벌써부터 김영삼 정부의 국정운영태도에 깊은 불만과 불신을 지녀왔다. 대통령의 최고 보좌관이 민심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인식한 것은 다행한 일이나 만시지탄의 느낌이다.4년전 이 정부가 뿌리 깊은 한국병을 고치기 위해 개혁의 칼을 들고 출범했을 때 그 위세는 참으로 현란했다. 나라의 구석구석이 너무나 부패했고 또 뒤틀려 있었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개혁과 비리척결은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93년 4월26일 발표된 공보처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94.3%가 개혁과 부패 추방을 지지하고 97.9%의 국민이 개혁에 동참의사를 표시할 정도로 인기는 가히 열광적이었다.

그러나 인기는 영원한 것이 아니었다. 정부의 실정과 시행착오가 거듭되면서 민심은 식어 갔다. 이는 무조건 따라오라는 듯한 방식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비롯, 만사라는 인사의 잦은 시행착오와 편중인사, 실종된 신경제 계획과 경기침체, 물가앙등, 오락가락하는 대북정책, 소위 가신 등 측근에 대한 지나친 의존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민주화와 문민정부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비판과 오류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국민에게 불만을 더하게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대통령의 연두회견은 국민에게 깊은 실망감을 안겨 줬다. 너무나 안이한 통치권자의 국정인식에 모두가 의아해 했었던 것이다.

한보사건은 그런 불신을 최악으로 만든 대표적인 부정사건이었다. 신한국건설의 성패를 부패척결에 두었던 김영삼정부의 도덕성과 권위와 명예와 능력을 뿌리째 흔들고 말았다. 문제는 수습의 자세였다.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어느 정도 살리기 위해서도 이른바 거액대출케 한 외압의 실체와 검은 돈을 받은 인사들, 정태수 총회장측의 비리 등을 낱낱이 밝혔어야 했다. 국민은 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 한점의 의혹도 없는 규명」이 결국 검찰의 적당주의, 흐지부지식으로 막을 내리려는데 짙은 불만과 의혹을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김실장이 오늘의 사태에 면목이 없다고 하고 또 뼈정도가 아니라 영혼이 아픈 심정으로 반성한다는 자세를 평가한다. 지금은 국민의 가득찬 불만과 의혹을 푸는, 민심을 안정시키는 일이 매우 시급하다. 김대통령이 밝힐 취임 4주년 담화에서는 겸허한 자세로 한보비리를 국회특조위에서 철저히 규명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또 김현철씨는 검찰이든 국회특조위에든 나가 모든 것을 밝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당과 내각을 쇄신하여 남은 임기중 경제를 되살리고 국정을 원활하게 추진하는 계획을 밝혀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인기가 90%선에서 10%미만으로 급락한 것에, 너무 괘념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훗날 역사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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