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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호화유학/정병진 사회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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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호화유학/정병진 사회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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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가 있는 버지니아주. 미국 동부에서도 비교적 형편이 나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 곳에 최근 한국청소년들이 부쩍 늘었다.서울에서 중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95년 9월 사립 미들스쿨 8학년(한국의 중학교 2학년)에 입학, 현재 하이스쿨 9학년에 다니고 있는 K군은 요즘 우울하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한국학생들이 「고참」인 자신을 따돌리기 때문. 그들이 K군을 상대해주지 않는 이유는 수준이 다르다는 것. 지난해 9월 입학한 그들은 연말 한국에 있는 부모로부터 승용차를 선물받았는데 대부분의 차종이 스포츠카 포셰가 아니면 유럽산 BMW이다. 미국에서도 5만달러가 넘어 부유층만이 몰고 다니는 차종이다.

통학버스와 콜택시를 번갈아 이용하는 K군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학생도 없지는 않다. 한 달전에 3만달러대의 일제 렉서스 승용차를 산 친구가 싼 차를 탄다는 이유로 역시 「따돌림」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부잣집 외아들인 K군이 졸지에 「가난한 유학생」대우를 받는 것이다. 관광비자로 「불법」유학을 왔기 때문에 공립학교로는 전학이 안돼 사립학교에 입학했다. K군의 부모는 당장의 영어 과외비와 앞으로 들어갈 대학입시 과외비보다 유학이 싸며 대학진학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K군의 경우 우선 학교 등록금으로 매달 1,670달러(연 2만달러)를 낸다. 사립학교라 교내에 기숙사가 있지만 아이 혼자 떼어놓기가 애처롭다는 모정 때문에 부모의 친구집에서 하숙을 하는데 실비만 받는다는 하숙비가 월 1,300달러이다. 미국수업에 적응하기 위한 영어과외를 일주일에 두번 하고 한번에 45달러를 지불한다. 한국어를 잊지않기 위해 국어과외를 하고, 미국학교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특별활동 몫으로 음악과외를 하느라 한 번에 45달러씩 들인다. 세 과목 한 달 과외비가 1,080달러이다. 이것만도 월 4,000달러를 넘어선다. 점심 값, 통학버스나 콜택시 비용 등에 매월 200달러정도를 쓰며, 옷값 신발값 운동기구값 등의 잡비를 합하면 매월 최소한 4,500달러 이상을 서울에서 송금받는다. 400만원에 가까운 거금이다.

그런데도 K군은 버지니아주 조그만 미션스쿨, 한 학년 정원이 40명정도이고 이 중 9명이 같은 형태로 유학온 코리안인 변두리 하이스쿨에서 「가난한 학생」으로 분류돼 「서러움」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워싱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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