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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정경화/혼의 연주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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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정경화/혼의 연주 30년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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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부터 국내 순회… 내년까지 유럽·일·미 기념공연/10월엔 영 바비컨센터 사상 첫 1인 무대 영광도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49)씨. 세계적인 연주자로 평가받는 그의 국제무대 데뷔 30년을 기념하는 페스티벌이 올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마련된다. 67년 레벤트리트콩쿠르 우승은 당시만 해도 전쟁과 빈곤만을 한국의 이미지로 떠올리던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풍부한 예술적 잠재력을 인식시켜준 계기가 됐다. 세계 음악계에 정명화(첼로), 경화, 명훈(지휘) 등 정트리오로 널리 알려진 음악가족의 둘째인 그의 30주년 기념무대는 이달부터 내년까지 한국, 유럽, 일본, 미국에서 열린다. 독주회, 실내악, 오케스트라협연의 세 가지 형식의 공연을 통해 정씨는 자신이 이룩한 음악영토를 당당하게 펼쳐보인다.

정경화페스티벌은 영국 런던의 종합예술공간 바비컨센터가 연주자 개인차원에서는 안네 소피 무터, 요요마에 이어 세번째로 마련한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이 다른 연주자와 합동공연을 한 반면 정씨의 경우 오직 그만의 세계를 집중조명하는 1인 무대라는 점에서 다르다. 신들린 듯한 정열적 연주는 세계인을 마술적 매혹에 빠뜨리곤 했다. 84년 결혼이후 한동안 출산과 육아 등 여러 이유로 연주횟수나 내용이 전만 못하다는 평이 있었으나 50 문턱에 선 지금은 청년기의 격렬함 대신 원숙함과 깊이를 보여준다. 세월의 향기는 EMI가 곧 세계에 내놓을 그의 브람스 소나타 1∼3번 음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음반은 3월께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나올 예정인데 일본에서는 이미 수천장의 예매가 끝났다.

정경화씨의 연주인생 30년을 결산하는 이번 행사는 20일 포항 문예회관, 21일 광양 백운아트홀, 26일 부산문예회관, 3월1·5일 서울 예술의전당, 3월3일 춘천 백령문화관 등에서 열린다. 서울에서는 독주회와 체임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부산에선 독주회, 나머지 지역에서는 체임버오케스트라 협연이다. 협연은 지난해 그가 한국인 후배들로 창단한 정경화체임버오케스트라와 한다. 독주회 프로그램은 브람스 소나타 1번, 바르토크 소나타 2번, 슈만 소나타 2번으로 특히 슈만은 많은 연주자가 엄두도 못내는 대곡이다. 피아노반주는 이타마르 골란. 지난해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의 내한공연 때 반주, 청중을 열광시켰던 주인공이다. 체임버협연곡은 바흐의 협주곡 BWV 1041과 BWV 1042, 그리고 비발디의 「사계」. 한 무대에서 바흐의 협주곡을 두 곡이나 연주하는 것도 드문 일이거니와 그가 직접 지휘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휘자 정경화」의 재능에 대해 동생 명훈씨는 『누나는 음감이 아주 훌륭해서 지휘를 했다면 나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경화페스티벌은 한국무대가 끝난 뒤 10월 바비컨센터에서 나흘간 독주회, 실내악, 잉글리시 체임버오케스트라 협연, 런던심포니 협연에 이어 내년 일본, 유럽, 미국으로 이어진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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