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황장엽 국제담당비서가 베이징(북경)에서 지난 12일 망명해 온 이후 15일 저녁에는 서방으로 망명을 시도했던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 이한영씨가 서울에서 괴한에게 권총으로 피격됐다.북한은 황의 망명사건 발생직후 망명을 납치극이라고 주장하면서 「응당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17일 조선중앙통신보도를 통해 황의 망명을 수용할 것처럼 입장을 바꾸었지만 좀 더 지켜 봐야 한다. 공안당국은 이씨의 피격이 황의 망명에 대한 보복의 하나로 북한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황 본인에 대한 경고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북한의 대남보복위협 양상이 어떤 형태로 전개돼 왔으며 그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망명을 요청한 황의 서신을 통해 볼때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일의 통치스타일과 성격은 우리가 지금까지 판단하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더 비합리적인 면이 강하다. 김은 평소 히틀러식의 「전격전」이라는 용어에 심취하는 등 「군사우위」의 사상에 젖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김정일은 자만에 가까운 자신감 때문에 자기의 견해를 불가침으로 만들면서 핵심 구성원에게 막강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황을 포함한 많은 귀순자들은 「북은 김정일이 한번 판단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체제」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김정일에 의한 북한의 대남 보복위협은 국지도발의 양상을 띠고 나타날 것이다. 국지도발의 형태로는 주요지점을 일시적으로 점령하는 지역강점과 표적타격으로 구분된다. 표적타격에는 전방지역의 특정목표 및 수도권 주요시설 타격, 후방군사 및 산업시설 타격, 항공기 및 선박의 납치·공격, 전방지역에서의 소규모 총격도발, 주요인사 테러 등이 포함된다. 국지도발의 목적은 체제유지 및 정권 위협요소 제거, 한국내부의 결속 와해 등이다.
북한의 대남 보복위협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양상을 지니고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황의 남한행을 저지 또는 지연시키기 위해 귀순자 내지 탈북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사건을 계속 일으키는 등 대인테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인테러를 통해 김부자 권위손상자에 대한 보복의지를 과시함과 동시에 탈북자의 대북비방을 견제하는 한편 남한내의 「고첩」테러능력을 과시하여 남한 내부의 혼란을 기도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벼랑 끝」 대남테러 전술을 구사, 북한자체의 위기상황이나 전반적 정세불리를 극복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북한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벼랑끝 대남 테러전술을 구사해 위기탈출을 시도한 바 있다.
북한은 68년 1·21사태에서 청와대 무장간첩 침투사건이 실패, 국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하자 이틀뒤인 1월23일 동해의 공해상에서 미군 정보함인 프에블로 호를 납치해 미국을 상대로 더 큰 위기를 한반도에 조성시켜 나름대로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87년 KAL 858기를 공중폭파 시켰다.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전쟁광」이 저지르는 국지도발에 대한 대비방향 설정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과제이다. 한반도는 여건상 이스라엘의 「엔테베」식 특공작전을 구상하기도 어렵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자세 즉 안보의식이다. 우선 국민 개개인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는 지속적인 안보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동구의 몰락으로 인한 세계의 탈냉전현상이 한반도에까지 찾아온 듯한 착각에 빠져 북한위협에 대한 논의 자체가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 북한의 대남 보복위협은 수사적이나 이론적이 아닌 현실로 우리 앞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국내외적으로 발생가능한 형태의 도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대비책이 강구돼야 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일수록 그들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위력 강화 못지않게 대북정책에 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있는 그대로의 북한실상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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