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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기/박미영 이스라엘교육문화원장(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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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 찾기/박미영 이스라엘교육문화원장(1000자 춘추)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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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책상과 책장을 배치하고 사진과 그림을 걸면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책상을 이리저리 놓아보고 포스터도 이 벽, 저 벽에 붙이면서 각자의 자리를 정하느라 오후 한나절을 보냈다.새 공간을 꾸미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사물 하나하나의 자리를 찾아주는 일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가구를 알맞는 자리에 놓고 그림의 위치를 정하면서 그 자리가 어딘가에 따라 느낌이 다를 뿐만 아니라 쓰임새도 달라지게 된다고 생각하니 쉽게 결정이 되질 않았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가진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다.

높은 자리에서든, 낮은 자리에서든 자신의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될터인데 요즘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제자리에서 제 할 일만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인 모양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보다는 이 자리에 있을 때 집도 고치고 아이들 결혼도 시켜야지 하는 욕심으로 정치를 하고 있으니 그 욕심이 잉태한 죄가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가끔 감옥에 있는 두 명의 전직대통령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현 정치인들이 역사 속에서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자리가 곧 자신의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번만이라도 해본다면 국민을 우롱이라도 하듯 이렇게 조용히 검찰의 수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보사건으로 구속된 야당의 한 의원은 『정치인과 돈은 고기와 물같다』고 정치인과 정치자금의 관계를 정의했다.

사실 요즘 돈없이 되는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마는 적어도 정치인이 정치자금을 받기 위해 경제인과 범벅이 되는 비빔밥 정치풍조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이제 경제인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치인은 깨끗하고 바른 사회를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히 일하는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국민들은 그들을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의 싹이 틀 것이다.

내 책상은 어디에 놓을까. 따뜻한 봄햇살이 드는 창가로 정해야겠다. 희망을 갖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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