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통제력 상실” 위기의식도 팽배/당정개편 의견까지 정략차원 해석신한국당이 뒤숭숭하다. 한보사태, 황장엽 망명, 이한영 피격사건이 연쇄적으로 터지면서 당내에는 『집권여당의 정국통제력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퍼져있다
최근 의원들의 소그룹 모임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지만 분위기는 하나같이 무겁다. 18일 당내 연구모임인 한백회의 조찬토론회에서도 황장엽 망명만을 다루고 정치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했지만 시국에 대한 걱정이 쏟아졌다. 17일 민정계의원 6∼7명의 저녁식사에서는 지나치게 힘이 청와대에 쏠려있는 역학구도, 한보사태에 대한 정부의 방관자적 태도 등이 집중 성토대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날 상오의 의원총회에서도 양정규 김중위 의원 등이 정부의 무책임을 신랄하게 비판, 당내 기류의 일단을 드러냈다.
물론 이런 현상은 신한국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야당에서도 나타나고있다. 그러나 야당은 정서적으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차원이지만 신한국당은 미묘한 파워게임, 의원들의 소외감, 당정간 불신기류 등이 중첩된 구조적 불안정에 처해있다. 여기에다 여권내 음모세력이 존재한다는 설이 나오고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에 대한 조사문제가 부각되고 있어 당내 분위기는 불안정을 넘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이중에서도 여권 핵심인사들의 알력설, 상호견제설 등이 당 저변을 뒤흔들고 있는 핵심사안이다. 이는 현철씨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음모설과도 맞물려 있으며 「여권 고위인사―모 대권주자―구여권 인사」의 커넥션설과도 얽혀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보사태 수사과정에서 고위인사가 민주계에 타격을 주기위해 홍인길 의원의 연루사실을 흘렸다』 『한 핵심인사가 모 대권주자와 커넥션을 구축, 대통령 주변인사의 비리혐의를 확산시켰다』는 얘기들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설의 진실여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구도 사실이라든지, 낭설이라든지 확실한 언급을 하지않기 때문에 자의적인 해석, 의도성있는 소문이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 민주계 중진의원은 『20∼30년을 동지로 지내온 민주계끼리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고 통탄했다. 자신의 말이 어떤 식으로 왜곡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당정개편을 눈 앞에 두고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정국수습을 위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어떤 대안이든 정략적 차원에서 해석되는 분위기다. 실제 크게는 계파별로, 작게는 실세중진 진영들이 자신들에 유리한 구도의 개편론을 의도적으로 개진하기도 한다. 『당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장악력있는 실세가 대표가 돼야 한다』 『차제에 후보를 어느정도 가시화해야 한다』 『분란을 막기위해서는 사심없는 관리자가 당을 맡아야한다』는 논리들이 그 예증들이다.
결국 여권 핵심부가 불확실성의 가지들을 하나하나 쳐나가야만 집권여당이 제 모습을 찾을 것이라는게 당내 다수의원들의 바람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