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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량지원 ‘흥분한 북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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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식량지원 ‘흥분한 북 달래기’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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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식입장 확인후/북,황망명 수용시사/‘의미있는 시점’ 암시미국이 「황장엽사건」의 와중에서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대북한 식량지원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북한 달래기」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취해진 조치다.

미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이같은 선의의 제스처를 통해 최근 황비서 망명사건 등으로 재차 고조된 한반도의 불안기류가 조속히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대북지원은 황비서의 망명이전 한미일 3국간에 대체로 합의된 내용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황비서의 망명사건이 자칫 북한내 강경파를 자극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한반도의 안정구도를 훼손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내에 팽배한 시점에서 구체화한 것이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외유중인 파리에서 대북 식량지원계획을 니컬러스 번스 대변인을 통해 발표토록 한 시점이 황비서 사건으로 떠들썩한 때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8일 미국의 대북 식량원조 계획이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재차 확인된 직후 북한이 황비서의 망명을 허용할 의사를 내비친 사실을 지적했다.

식량원조 계획과는 별개로 미 국무부는 황장엽의 망명처에 대해서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사건이 터진 직후부터 미국 관리들이 황비서의 제3국행을 선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니컬러스 번스 대변인은 황비서의 망명이 국제적 관례대로 처리돼야 한다고 논평하는 가운데 황비서의 행선지로 한국 이외의 「제3국」을 슬며시 거론했다. 미국의 보다 솔직한 심정은 황의 미국행을 성사시키는 일인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서는 황비서의 한국 직행이 북한의 극단적 대응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대응농도를 약화시키면서 망명을 성공시키는 카드로 제3국 경유안이 떠오른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한국행이든 제3국행이든 황비서의 망명을 성공시키기 위해 북한에 종전과 다름없이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을 더욱 명백히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를 지속하는 대가로 약속한 식량지원이나 제재조치 해제 등이 여전히 유효함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북한달래기가 더욱 필요하다는 게 미 국무부의 입장이다.<워싱턴=홍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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