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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희곡 ‘물고기 축제’ 무대 올려/내달 1일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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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리 희곡 ‘물고기 축제’ 무대 올려/내달 1일 정동극장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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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물고기처럼 가족에 회귀한다”최근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카와(개천)상을 수상한 재일동포 작가 유미리의 희곡 「물고기의 축제」(극단 민중)가 3월1∼27일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작가의 불행한 개인사적 경험이 투영된 가족에 대한 문제의식이 섬뜩할만큼 날카롭다. 떠나간 아버지, 술집을 드나드는 어머니, 각자의 삶에 방해받지 않으려는 형제 등 뿔뿔이 흩어진 여섯 식구 중 작가가 감정이입한 인물은 막내 동생 후유코. 하지만 극 중엔 등장하지 않는다.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식구들은 후유코의 일기장을 통해 그가 온 식구를 죽이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적인 근친살해의 욕망. 그러나 한 번 더 역설이 있다. 그 이면에 식구들이 다시 한 곳에 모였으면 하는 이중적 욕망이다. 자신의 장례식을 통해 식구들을 10여년만에 재회하게 한다는 후유코의 내면을 읽으면 유미리의 가족에 대한 천착의 정도가 드러난다.

94년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연출을 맡은 윤광진(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는 『물고기의 축제란 제목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죽는 물고기의 회귀성을 상징합니다. 태어날 때와 같이 3.3㎏의 재로 돌아간 후유코, 또 처음처럼 한 곳에 모인 가족들. 게다가 그토록 증오했던 식구들이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과 동질성을 확인한다는 의미에서 장례식은 역설적으로 하나의 축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적으로 사실주의적 연극이 아닌 만큼 절제된 연기와 표현적 장치들에 주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식이 없는 정갈한 일본식 방, 정면에 놓인 관 하나, 창 밖에 펄럭이는 빨래가 무대장치의 전부이다. 여기에 조명을 적절히 구사하여 극의 상징성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김혜옥 이대영 노미영 등 출연. 월수목 하오 4시 7시30분, 토일 하오 3시 6시30분.

(02)773―8960∼3<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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