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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열풍/우리는 왜 그 땅에 매혹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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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열풍/우리는 왜 그 땅에 매혹되는가

입력
1997.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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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인구 850여개 언어 인간보다 많은 신/6계절의 나라 인도 바람이 분다/찾는 발길 부쩍 늘고 음식·토산품점도 인기/물질문명에 질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을 찾아/그리고 심오한 정신세계를 좇아 ‘천축’에 가는 것일까『인류가 생활을 시작한 아주 오랜 옛날부터 모든 인간이 이 지상에 하나의 쉴 장소를 발견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인도이다』(프랑스 사상가 로맹 롤랑)

그 곳에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은 「크다」고 말한다. 인구수 8억 3,800만 명으로 세계 2위, 국토 면적 남한의 33배. 장마철(바샤)과 선선한 철(쉬쉬라)을 더하여 6계절이 있는 나라.

사람들은 또 그곳이 「다양하다」고 말한다. 국가 인정 공식어만 15개에 인종·부족 언어가 무려 840여 개. 사람보다 신의 숫자가 훨씬 많다는 「신의 천국」. 엄격한 신분차별제도인 카스트제에 대한 내외의 비난과, 「지구상에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성을 가장 존중하는 나라」라는 최고의 찬사가 공존하는 기묘한 나라. 그곳의 이름은 인도다.

인도 바람이 불고 있다. 인도를 찾는 발길이 부쩍 늘고 있다. 지난 해 인도 여행 비자 신청 건수는 1만2,368건. 95년(7,487건)보다 1.8배 가량 늘었다. 94년(6,348건)에 비해서는 약 2배. 92년께부터 여행객이 늘기 시작해 최근 2∼3년 전부터 가파른 증가추세이다. 대학생 배낭여행지로도 큰 인기이다. 방문객수로만 본다면 아직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미미하다고할 수 있다. 그러나 10명 중 8명은 어김없이 복통을 앓는다는 불결한 위생상태, 우리 입에는 잘 맞지않는 음식, 낙후한 각종 편의시설 등 여행 악조건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최근 10여개가 넘는 여행사들이 앞다퉈 인도관광 상품을 내놓을 정도이다. 서점에도 여행 가이드북, 기행문 등 20여 종의 인도 관련 서적이 쏟아져 인도열기를 느낄 만하다.

특히 소설가, 화가, 사진작가 등 지식인층과 예술가들이 인도를 많이 찾고 있다. 중견 소설가 강석경씨가 두 번에 걸친 인도 체험을 담은 장편소설 「세상의 별은 다, 라사에 뜬다」, 고대 인도 마우리아 왕조를 배경으로 한 구효서씨의 「비밀의 문」은 잘 나가는 책이다.

인도 음식 전문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통 인도요리를 뷔페식으로 내놓고 있는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아쇼카」(02―792―0117), 서울에만 5군데 분점을 두고 있는 「봄베이」(02―777―3369), 인도 전통차를 함께 팔고 있는 인사동 「작은 인디아」(02―730―5528) 등. 「인도 그리기」(02―921―2110) 등 토산품점도 생겨나 성업 중이다.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한 인도 동호회도 있다.

사람들은 왜 인도에 관심을 갖는가? 왜 인도에 가려할까?

인도열기는 해외여행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과 동경과는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인도에 대한 관심은 88년경 오죠 라즈니쉬, 크리슈나 무르티 등의 명상서적 붐과 함께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도의 문화, 종교 등에 관심있는 학자와 종교인, 예술인 등 「인도 마니아」들의 성지순례나 개인 차원의 기행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던 것이 미주, 동남아, 유럽 중심의 그렇고 그런 해외여행에 식상한 사람들의 발길이 하나 둘 옮겨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 거기에는 신비한 미지의 세상, 색다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도 열풍은 유행의 논리만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왜 사람들은 불결함과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인도에 가고 싶어할까? 많은 사람들은 대개 인도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사람들, 심원한 정신세계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밑에는 물질문명에 대한 혐오감,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반성적 자각 등이 깔려 있다』 「인도명상기행」(폴 브런튼 지음)을 낸 명상서적 전문 출판사 김철호 편집장의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도행은 관광보다는 「여행」에, 여행보다는 「순례」의 의미로 다가온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여행과는 다른 「그 무엇」을 기대하거나 경험하기 위해 사람들은 「인도로 가는 길」에 오른다.

그 길의 끝에는 「문명 이전, 혹은 이후」가 있다. 몸은 남루하지만 풍요로운 마음과 철학을 가진 사람들, 최소한 4개월은 걸려야 일별해볼 수 있는 변화무쌍한 자연과 다양한 풍물들이 있다. 그리고, 소비가 아닌 사유로서의 여행의 참의미가 있다.<황동일 기자>

◎책으로 읽는 인도/소설·기행문·여행안내서 등 20여종 ‘봇물’

어떤 의미에서 인도는 책을 통한 간접경험으로서 먼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80년대 말 봇물처럼 쏟아진 명상서적에서 인도는 은둔자와 신비주의자들의 고향으로서 인도상을 심어주었다.

인도에 관한 좀더 실질적인 정보와 자료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2, 3년 전부터. 인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나오기 시작한 20여 종의 책은 전문학술서나 인도 배경의 소설, 실용적인 여행안내서, 기행문류 등으로 나뉜다.

실제 인도여행에 지침이 될 만한 책으로는 3, 4종 정도가 서점에 나와 있다. 꼼꼼한 여행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우리는 지금 인도로 간다」(정창민 지음·민서간), 「세계를 간다―인도편」(중앙일보사간)이 권할 만하고, 두꺼운 책 부피가 부담스러운 배낭여행족들에게는 「자유여행 따라하기―재미난 인도여행」(김주범 지음·학생여행문화센터간), 「젊은 여행자들―인도편」(안동권 지음·〃)이 알맞다.

개인적인 인도 체험을 다룬 기행문들도 꽤 나와 있다. 대표적인 것들은 「떠나는 자만이 인도를 꿈꿀 수 있다―임헌갑의 인도기행」(임헌갑 지음·엔터간), 「인도기행」(법정 지음·샘터간), 「길―인도, 네팔 기행」(이대일 지음·행림간), 「오오 인도여…」(윤재헌 지음·서로간), 「머나 먼 인도」(김성애 지음·학생여행문화센터간) 등.

3종의 인도 관련 서적을 낸 학생여행문화센터 인도 담당 김주범씨는 어느 한 쪽만 편식하기보다는 안내서와 기행문을 함께 읽어보라고 권한다. 『안내서만 읽으면 인도의 깊이를 느끼기 어렵고, 기행문만 보면 인도의 자연과 문화적 다양성의 엄청난 폭을 알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황동일 기자>

◎시인 류시화의 인도기행/삶을 배운 파격의 땅/좌석표 들고 자리주장하는 나에게 ‘영원한 소유는 없다’ 일깨운 사람들

인도인들은 정말로 손으로 음식을 먹을까? 요가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을까? 도심지 한복판에 소떼가 어슬렁거릴까? 갠지스강에 시체와 꽃을 버리고, 또 그 물을 성수라고 마실까?

이 모든 물음에 대한 대답은 「예스」다. 인도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서구 문명과 만났지만 여전히 기상천외하고 파격적인 나라다. 인도 여행이 갖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그곳에선 우리의 관념이 쉽게 깨진다는 데 있다.

불교를 전공하던 어떤 한국인 교수가 인도인 하인에게 행주와 걸레를 구분해서 쓰라고 충고했더니, 『더러움과 깨끗함을 차별하는 마음도 버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불교를 공부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하인이 되레 큰소리를 쳤다는 일화가 있다.

한 번은 뭄바이(봄베이) 외곽도로에서 내가 탄 릭샤(세발 택시)가 전복된 적이 있었다. 속도를 줄이라는 내 거듭된 충고에도 불구하고 인도인 운전사가 과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화가 난 나는 운전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운전사는 오히려 화내는 나를 나무랬다. 죽을 뻔했을 뿐이지, 죽지 않았는데 왜 화를 내서 분노의 감정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괴롭히냐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서른 시간이 넘는 기차 여행에서 세 명이 앉을 자리에 무려 여섯명이 끼어앉게 됐다. 마침내 인내의 한계에 다다른 내가 좌석표를 내보이며 내 자리임을 주장하자 한 인도인 남자가 이렇게 훈계했다. 『이 자린 네가 잠시 앉았다가 떠날 자리가 아닌가? 영원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도 아니면서 무엇 때문에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는가?』

어느날은 버스를 탔는데 누더기 옷을 걸친 한 사람이 올라와 자기는 날 만나기 위해 이 세상에 왔으니 차비는 물론 생활비를 내가 대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전생에 내가 자기의 제자였는데 어느날 수행중에 도망을 쳤고 결국 한 생이 지난 이제서야 만났다는 것이었다.

인도는 관광버스를 타고 며칠 만에 훑고 지나갈 그런 나라가 아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히 인도 여행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실체에 한 걸음 더 접근하기 위한 정신적 순례에 가깝다. 꽃과 비의 나라, 사막과 해변과 만년설의 나라, 영원한 지혜를 축복하는 신들의 나라. 내 인생의 황금기는 여행에 있었으며 인도 여행은 그 황금기의 열매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삶을 배웠고 세상을 알았다. (87∼96년 10차례 인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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