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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싸움 베이징에서 재연되다(외신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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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싸움 베이징에서 재연되다(외신에 비친 한국)

입력
1997.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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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Liberation 2월15일자남북한 간의 불꽃튀는 외교전쟁이 베이징(북경)에서 펼쳐져 냉전시대의 기억들을 환기시키고 있다. 이 와중에 중국은 김정일 독재체제와 남한의 민주체제라는 두 동맹국 사이에서 아주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북한체제의 핵심이론가이자 고위관리인 황장엽이 부관을 대동하고 베이징 주재 한국영사관으로 들어간 것은 12일 상오였다. 이처럼 중요한 인물이 한국으로 망명을 시도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비밀을 지키리라는 일부의 기대와 달리 한국대사관은 사건을 즉각 공식발표했다. 10여대의 북한 외교관 차량들이 한국영사관 주위에서 행렬을 이루었다. 이들에 대응해 중국경찰이 보호망을 만들었고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때 북한의 정보원들이 무력진입을 시도했으나 중국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후 거리는 통행이 차단되었다.

평양에서는 황장엽이 한국에 의해 납치되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망명사건은 16일 생일을 맞은 김정일로서는 어려운 시점에서 일어난 것이다. 94년 7월 북한체제의 정점이었던 아버지 김일성이 죽은후 김정일은 아직 그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외교적 고립과 경제악화가 그로 하여금 국가수반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국정부로서는 황장엽의 존재가 무척 난처하다. 북한을 지지했던 중국은 92년 자국의 4번째 경제 파트너가 된 한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중국은 수많은 미군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남한과 중국사이의 완충지대로, 전략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북한을 적당히 관리하고 싶어한다.

사건발생후 중국은 남북한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시간벌기를 시도하고 있다. 14일 싱가포르에서의 한중 외무장관회담후 중국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떠한 결정도 시기상조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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