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전 몸싸움 “아는 사이” 추정/고첩과 접촉설 등 이씨 행적 추적/단서없이 탐문 계속 “장기화 전망”귀순자 이한영(36)씨 피격사건 수사가 발생 3일째인 17일에도 이렇다할 단서를 잡지 못한채 탐문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범인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은 북한의 공작원이나 고정간첩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반면 경찰의 초동수사성과는 미미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찰은 목격자·현장·현장주변 탐문 등 기초수사를 벌이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목격자가 범행현장을 비디오폰으로 보기는 했으나 범인들의 뒷모습 정도로 신장을 어림잡을 정도일뿐 몽타주를 그릴 수도 없는 상태다. 현장에서 머리카락과 지문 등을 채취하기도 했으나 복도가 두 가구 가족들과 친지들이 이용하는데다 설사 범인들의 것이라 해도 남파된 공작원이라면 무용지물이다. 범인들이 이용한 차량에 대한 단서도 없다.
수사본부는 이 때문에 현장주변 탐문수사와 이씨의 최근 행적에 대한 조사로 단서를 포착해 간다는 방침이다. 사건발생 당시 현장 주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기시켜 놓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을 보았다는 장모(44)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였고 전날에 이어 17일에도 경기도 전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협조를 얻어 반상회를 열었다.
경찰은 특히 범인과 이씨가 아는 사이이거나 최근 만난 적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씨의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총격이 있기 전 다투는(몸싸움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목격자의 진술은 경찰의 이같은 추정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 사살할 목적이었다면 굳이 몸싸움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의 고위 관계자도 이씨가 지난해 2월 성혜림씨 망명보도이후 고정간첩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조사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경찰의 이씨 주변에 대한 수사에는 북한과 관련 없는 인물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씨의 사업이나 개인적인 원한관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씨가 임시거주했던 아파트의 통화내역, 이씨의 휴대폰과 무선호출기로 발신자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결국 사건현장과 주변인물 등의 수사에서 목격자나 특별한 단서가 잡히지 않는한 범인검거는 상당히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우선 「간첩사건」의 특성상 조사를 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 또 범인들이 용의주도하면서도 대담하게 범행한 것은 지문 등의 유류품으로는 쉽사리 신분이 드러나지 않을 자신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현재 수도권 도로 182곳에 임시검문소를 설치, 차량검문을 벌이는 한편 578개의 목검문소에 2,000여명을 투입하는 등 모두 5,600여명을 동원해 검문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관계자들은 범인들중 최소한 1명이상은 정상적인 내국인 신분의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승용차도 검문에 쉽사리 적발될 위험성이 있는 훔친 차량 대신 정상적으로 등록된 차량을 이용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검문을 통한 범인 검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 안기부 기무사 등 관계 수사당국간에 정보교환 등 긴밀한 수사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것도 수사를 장기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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