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신철학기수 명예 먹칠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48)가 최근 철학논쟁이 아닌 외설시비에 휘말려 조롱거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문제의 발단은 레비가 프랑스의 노작가와 금발 여배우간의 정사를 다룬 자작영화 「밤과 낮」을 14일 프랑스 전국에 개봉하면서 시작됐다. 이 영화는 배우출신인 레비의 부인 아리엘 동발(37)이 주연을 맡아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알몸으로 열연, 준포르노물이라는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비평가들은 『이 영화가 멕시코 게릴라운동 등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끈적끈적한 섹스장면으로 가득찬 포르노』라며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 영화는 여체를 탐닉하는 사춘기 소년의 백일몽을 영화화한 것 이외에 별 다른 의미가 없다』 며 『레비는 철학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고수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레비에 대한 이러한 비난은 이례적인 것이다. 학생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고 루이 알튀세, 장 폴 사르트르, 알베르 카뮈 등 좌파지식인들을 비판하고 나선 레비는 신철학의 기수로 경외의 대상이었다. 게다가 그는 수려한 용모를 지녀 철학자로서는 드물게 팝가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에 대한 레비의 대응은 단호하다. 그는 르 피가로지와의 회견에서 『나는 정치외에 오직 두 가지 문제에 더 관심있다. 그것은 문학과 여성이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여성의 육체에 대한 나의 열정을 표현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는 펜보다 카메라가 사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며 94년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을 고발한 「보스나」라는 영화를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최서용 기자>최서용>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