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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기과 여의사 차별 ‘여전’(전문직 여성의 위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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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인기과 여의사 차별 ‘여전’(전문직 여성의 위상:1)

입력
1997.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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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여학생보다 꼴찌 남학생 뽑는다’/매년 진출인원 증가 불구 소아과 등에 편중 초래/신경외과는 손꼽을 정도/교수되기도 ‘하늘의 별따기’「특별한 소수」로 여겨졌던 여의사, 여과학자, 여판사가 더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못 될 정도로 여성의 최고전문직 진출이 늘어났다. 그런데 수적으로는 증가했으나 최고전문직에 진출한 여성들은 아직 핵심부 아닌, 주변부에서 맴도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과거보다 오히려 견제와 차별이 심해졌다」고 증언할 만큼 불공정한 경쟁 속에 갇혀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문여성인들의 오늘의 위상, 그들이 처한 어려움 등을 분야별로 나누어 시리즈로 싣는다.<편집자 주>

지난 16일 상오 9시30분 가톨릭의대부속 강남성모병원 2층에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여의사를 위한 사회기술 워크숍」이란 모임이 열렸다. 의대생, 레지던트, 개업의 등 이 모임에 참석했던 127명의 여성의료인들은 「의료계내의 여성차별적 관행이 공개적으로 처음 토로됐다는 점에서 사건」이라며 내달 모임의 결과를 자료집으로 엮어 내고 다시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1938년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된 뒤 배출되기 시작한 여의사들은 자신들의 위상에 대해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공부와 진료, 가정생활의 3중부담에 쫓기는 데다 불만이 있더라도 교수, 선배의 눈에 나면 발붙이기 어려운 보수적인 의료계에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었다.

이날 가장 크게 제기된 문제는 여의사가 수적으로는 증가했으나 진출하는 과는 몇몇으로 편중되어 있고 이 현상이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점.

현재 여의사의 수는 9,000명. 전문의 수만도 65년 전체전문의 수의 9.7%에서 94년에는 14.6%로 증가한 3,479명이다. 그러나 여의사의 주영역은 임상병리과 방사선과 기초의학분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정도다. 환자와의 접촉이 적거나 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과들이다.

정형외과, 신경외과는 65년부터 지금까지 여자전문의가 각각 겨우 3명, 5명만 배출됐다. 속칭 「잘 나가는 과」에서는 레지던트 채용시 「수석한 여학생보다 꼴찌한 남학생을 뽑는다」고 할 정도로 여자를 배제한다. 신경외과학회 유태전(영등포병원 이사장) 회장은 『열너댓시간에 이르는 대수술과 혹독한 수련의 과정을 견디기 어렵다는 점과 임신, 출산으로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 여자를 뽑지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보문(가톨릭의대부속 부천성가병원 정신과) 교수는 『신경정신과, 내과 등 과목특성과는 상관없이 과 인기가 높고 경쟁이 심하면 여자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종합병원 등 조직내에서의 차별도 심각하다. 여자들은 엘리트코스인 본교부속 종합병원의 스태프로 남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다. 서울대 의대 부속병원의 경우 300여명의 교수인력 가운데 여교수는 고작 8명. 연세대는 17명, 가톨릭대학은 10명이내다. 그나마 병리학, 생리학 등에 몰려있고 중요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고위행정직은 한 명도 없다.

최규옥(연세의대 방사선과) 교수는 『여성의료인이 고위행정직에 진출하지 못하는 것은 의료정책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입장을 반영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놀라운 사실은 역사적으로도 의료계가 여성에게 터무니 없이 배타적이었다는 것. 「여의사의 역사」를 번역한 유은실(현대중앙병원 진단병리과)씨는 『근대의학이 싹트던 1870년대 서양에서는 「여성은 생리기간동안 정서가 불안해지므로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의학교육의 기회조차 차단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편견은 한국의료계에도 남아있다. 「여자는 성적이 좋아도 임상에서는 뒤떨어진다」「여성은 간호원이나 스태프를 통솔할 능력이 없다」와 같은 담론은 여의사들을 출발점부터 주눅들게 만들어 버린다.

여의사 당사자들은 오히려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현미경수술에 필요한 치밀성이나 환자의 상태에 감응하는 섬세함 등 여성의 특성이 의료인에게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김동선 기자>

◎유일한 여성 현역 정형외과의 이향애 원장/‘남자에 질 수 없다’ 오기로 버텨/섬세함 필요 여성들 진출할만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서울정형외과 원장 이향애(51) 박사는 현역 정형외과 전문의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다. 76년에 전문의가 된 그보다 1년 앞섰던 김종희씨는 서울시 학교보건원에서 일하며 그보다 10년후에 배출된 이형득씨는 호주로 이민갔다.

『뼈를 다루는 정형외과는 완력이 많이 필요하며 응급환자가 많아 「여자는 해낼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지요. 여자는 우수해도 뽑지를 않았고 그러다 보니 지원하는 여자도 없었습니다』

76년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의료원 인턴과정에 들어간 그는 「목뼈, 고관절, 슬관절 등 정형외과가 다루는 영역이 넓은 데다 으스러진 뼈를 맞추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창조성에 매료돼」 정형외과를 선택했다.

이틀에 한번씩의 야근에, 하루 40∼50명의 환자 진료카드 작성, 회진과 수술참여 등으로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는 레지던트 1년차에 『결혼 출산을 하는 통에 더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남자들에게 지지 않겠다는 오기로 버텼다. 가족의 도움과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정형외과로 끌어준 안병훈(전국립의료원원장)씨의 배려도 힘이 됐다. 첫째 아이와 4년차때 낳은 둘째 아이, 고려대 의대동기로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남편과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된 것은 결혼 7년후였다.

88년 개업하기까지 용산철도병원 동부시립병원 정형외과에 근무했다. 정형외과 과장이란 직위, 수부전문의로서의 직업적 성취를 접고 개업을 택한 것은 아들 딸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요즘은 장비가 발달해 완력을 쓰는 일이 줄었고 수부, 요추 등 여자가 꼼꼼하게 할 수 있는 영역이 많기 때문에 여의사들이 정형외과로 진출할 만하다』고 말한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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