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17일 경제5단체장 회의를 통해 「복수노조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줄 것」을 요구한 것은 「복수노조 절대불가」라는 종전 입장을 다소 유연한 쪽으로 바꾼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경제5단체장들은 「복수노조는 시기상조」임을 주장, 당분간 복수노조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그러던 재계가 복수노조 묵인의사를 조심스럽게나마 밝힌 것은 현상황에서 계속적으로 「복수노조 반대」주장을 펼 경우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여당의 노동법 기습처리에 따른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여파로 정부가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노동법 내용을 재론하기로 후퇴한데다 야당도 복수노조 허용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마당에 재계만 계속 현실성없는 복수노조 불가입장을 고수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을 수 있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번 노동계의 총파업에서 드러났듯이 현행 노동법의 복수노조금지조항에 따라 불법단체로 규정된 민주노총이 파업과 관련해 각종 지시를 각 사업장으로 내려보내는 등 버젓이 「실체」로서 힘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복수노조 금지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나 해외노동단체들의 비난도 재계의 입장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에따라 재계는 복수노조에 대해서는 다소 유연한 입장을 견지하는 대신 정리해고제나 변형근로제에 대해서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 이들 제도가 국회에서 불리한 쪽으로 재개정되는 것을 미리 막아보자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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