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씨의 총격 피습사건은 우리의 주변 등 남한내에서 북한의 고정 간첩들이 버젓이 암약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북한 공작원들의 솜씨 그대로다. 오랫동안 추적끝에 전화를 걸고 찾아가 태연하게 저격한 것을 보면 훈련받은 프로간첩들의 치밀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것이다. 이는 남한전역이 고정간첩의 활동 무대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정부는 북한의 대남침투 저지와 함께 고정간첩들을 발본하는데 각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남한내의 고정간첩 문제는 80년대말부터 국방 및 북한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됐으나 민주화 추세와 소련 및 동구공산권의 붕괴움직임속에 관심을 끌지 못했었다. 그런 분위기속에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은 북한의 거물간첩 이선실과 가짜 아랍인 간첩 정수일 사건때였다. 이는 10여년간 서울에서 주민등록까지 하며 간첩망을 지휘했고 정은 12년간 학자로 위장한 채 첩보 활동을 했던 것이다.
때마침 망명한 황장엽 당비서가 남한의 권력기관 등에 수만명의 간첩 및 동조 세력이 있다고 하여 눈길을 끈다. 대체로 2만∼3만명의 동조세력과 수천명의 고정 간첩이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추정이지만 어쨌든 이처럼 수천명의 고정간첩이 우리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래 북한은 분단 이래, 특히 1953년 휴전 이후 지금까지 갖가지 방법으로 간첩을 남파해 왔다. 간첩을 보내는 목적은 적게는 대남 교란과 선동·체제전복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노동당 규약에 명시한대로 남한적화 달성을 위해서다.
90년대들어 고정간첩이 크게 증가한데는 몇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즉 민주화추세에 따른 해이된 국민의식과 당국의 허술한 안보대책, 공산권붕괴와 북한 고립에 따른 안이한 자세, 갈팡질팡한 정부의 대북정책과 자세, 대공부서의 기능 약화 등을 들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래 대남 적화목표를 변함없이 추진해오고 있는 반면 남한은 당국의 태만과 소홀, 이에 따른 국민의식의 약화로 어느 면에선 고정간첩들에게 활약무대를 제공해 준 셈이 된 점을 크게 각성해야 할 것이다.
이제 분단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귀순자에게 총격으로 보복을 가했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지난날 거물급 망명자들을 추적, 해외에서 암살을 주도했던 소련 KGB의 13국(스메르쉬)의 공작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당시에도 드러났듯이 이는 현지의 침투 간첩과의 합작품이었다.
남한에 고정간첩과 동조세력이 많다는 것은 경제난과 고립 및 거물급 망명 등으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암살과 파괴 교란·선동 등 갖가지 공작을 더욱 획책할 것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흔들리고 크게 약화한 대공부서를 전문가 확보 등으로 복원, 확충해야 한다. 요인과 귀순자 등의 보호와 함께 대대적인 간첩 색출을 벌여야 한다. 또 확고한 대북정책과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