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는 ‘의식과 소통’/사회문제보다 인간 내면 새로운 탐구 주력2000년대 우리 소설문학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올들어 문단에서는 「다음 세기」의 문학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자리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준성(전 부총리)씨를 편집·발행인으로 이수출판사가 이달중 창간을 준비해 온 새 문학계간지는 제호를 「21세기 문학」으로 최종 결정했다.
특히 민음사가 발간하는 「세계의 문학」은 이번 봄호에 「2천년대 작가 특집」을 실어 눈길을 끈다. 8명의 작가들은 신예 김연경(22·여)씨에서부터 40 문턱을 넘은 고종석씨까지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뚜렷한 작품상의 공통점을 보인다. 작품의 주제가 인간 내면의 깊숙한 추구에 있다는 점이다. 사회문제보다는 인간의 의식,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문제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최근 활발한 소설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고종석씨의 「사십세」는 첩의 자식을 화자로 내세워,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족간의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재미나는 인생」으로 짧은 소설의 재미를 한껏 보여준 성석제(37)씨는 「유랑」에서 우리 고전 행장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해방 후 일본에 돌아가지 못한 하세가와 도미코(장천혜자)라는 일본인 여자가 시골 문중 종손의 첩실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다.
김이태(32·여)씨는 「달을 먹은 그림자」에서 외국에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다 임신한 여자의 심리적 갈등을 특유의 긴장된 문체로 생생하게 내보이고 있다. 김영하(29)씨의 「도드리」에서 도드리는 대금 연주곡을 말한다. 운동권 출신 주인공과 선배인 대금 연주자, 그리고 한 여자 사이의 갈등이 이야기의 내용. 「되돌아간다」는 의미의 도드리는 자칫 잘못 불다가는 끊임 없이 반복된다. 작가는 여기에 현재 20대들의 삶을 비유하고 있다. 송경아(26·여)씨의 「바리-동수자」는 그의 「바리」연작의 하나로, 전래의 바리 설화의 배경을 미래 가상사회로 옮겨놓았다. 「서유기」를 연상시키는 줄거리에 SF적 성격을 가미, 신세대적인 작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백민석(26)씨의 「음악인협동조합2-비트냐 펑크냐」도 그의 「믿거나말거나박물지」 연작. 완전한 자유의 공간을 상정하는 믿거나말거나박물지 내에서 벌어지는 우화적 이야기를, 독자를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만드는 특유의 문체로 펼쳤다.
지난해 등단한 김연경씨의 「소희, 기억의 접점에 서다」는 젊은 작가로서는 드물게 기억의 본질이라는 문제를 정통적 소설기법으로 파고 든 작품. 엄창석(36)씨는 「남쪽 원숭이」에서 부제 「후기 자본주의 서설1」이 말해주듯 8명의 작가 중 유일하게 사회문제를 다뤘다. 나운영이라는 인기가수를 모방하는 너운영이라는 모창가수를 통해, 진짜보다 모사품이 판치는 우리 사회를 풍자한다.
「세계의 문학」 장은수 편집장은 『이들의 작품은 인간내면을 내면 그 자체로만 그려낸 구효서 박상우 신경숙 등의 작가들과는 달리, 공통적으로 새로운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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