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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리 뻗고 잠잔적 없다”/95년 귀순 러 벌목공의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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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다리 뻗고 잠잔적 없다”/95년 귀순 러 벌목공의 증언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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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공작원은 “살인병기”/고교졸업자중 엄격기준 적용 선발/10년동안 특수훈련받고 남파활동/임무수행때 3,5명 등 홀수조 편성95년 7월 귀순한 시베리아 벌목공 출신 이모(33)씨는 16일 이한영(36)씨 피격소식에 교회도 가지않고 칩거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벌목장탈출 후 숨통을 죄어오던 북한 공작원과 추격조를 피해 숨어다닌 2년 세월이 악몽처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나의 도피생활은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이씨는 92년 8월31일 시베리아 임업대표부 제2연합사업소 벌목 운반차량 「운전수」로 배치받았다. 92년부터 이탈자가 늘자 대표부측은 노동당, 사회안전부, 보위부 소속 요원들을 배치, 탈출자에 대한 「피의 보복」교육을 집요하게 실시했다. 이들은 특수부대나 공작원 출신자들을 추격조로 편성, 운영했다. 추격조원들은 평소 4∼5개의 살상용 단도의 시퍼런 날을 보여주며 협박했다.

이씨는 동료 1명과 함께 93년 12월 탈출에 성공, 바이칼호 북쪽 슐리잔카지역과 치타유, 하바로프스크,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모스크바 등에서 2년여에 걸친 도피생활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추격조원과 공작원들에게 2차례나 체포될 뻔 했다. 95년 7월에는 공작원과 러시아 안전요원에 체포돼 호송되다 감시소홀을 틈타 호송차에서 탈출, 죽음을 면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한영씨 피격이 북한 요인암살 전문공작원에 의한 보복테러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전문공작원이 벌목공 추격조원과는 차원이 다른 「움직이는 살인무기」라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북한 정보기관과 군은 고등중학교를 막 졸업한 17∼18세의 젊은이들을 체격 체력 출신성분 성적 등으로 분류심사, 특수요원으로 선발한다.

이씨가 다닌 M고등중학교에서도 졸업생 7백명 중 2명이 차출됐다. 이들은 평양 금성정치대학 3년과정을 수료한 뒤 배정받은 특기에 따라 7년동안 특수훈련을 받고 남파활동 등을 하게 된다. 특수요원들은 임무수행시 보통 3명, 5명 등 홀수로 조를 편성, 활동한다. 돌발사태시 짝수면 즉각적인 행동결정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씨는 『벌목장 탈출을 결심한 뒤 지난 3년동안 두 다리 뻗고 제대로 잠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며 『한국에 온 뒤 가정까지 얻어 이제야 인간답게 살 수 있으려나 했는데…』라며 말문을 닫았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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