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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처음 본 조선은…/‘한·영 만남 2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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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이 처음 본 조선은…/‘한·영 만남 200주년’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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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풍물·생활상 담은 자료전 등 20일부터 다양한 기념행사천주교탄압이 본격화하던 1797년 가을, 오랜 항해로 지친 영국해군들이 부산항에 내렸다. 이들은 해도작성과 측량을 위해 나섰다가 물과 식량이 떨어진 프로비던스호의 윌리엄 브로튼 선장일행으로 조선땅을 밟은 최초의 영국인이었다. 브로튼이 융숭한 대접을 받고 돌아간 것을 계기로 영국 국왕이 동인도회사에 한국과의 교역을 허가하는 특허장을 발부, 양국의 교류가 시작됐다.

올해는 한국과 영국이 이렇게 만난지 200돌이 되는 해. 양국정부는 지난해 3월 서울을 방문한 존 메이저 영국총리와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이달부터 「한·영 만남 200주년」을 기념하고 동반자 관계를 확고히 하기 위해 50여가지의 교육·문화·과학행사를 펼친다.

20∼28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 1층전시실(02-535-4142)에서 열리는 「기념자료전」은 부산항상륙이후 구한말까지 양국의 교류사와 접촉관계를 더듬어보는 자리. 국립중앙도서관과 주한 영국대사관(대사 토마스 해리스)이 공동주최하는 전시에는 고서와 49년 한·영 수교이후의 주요 외교문서, 사진과 삽화 등 관련자료 180여점이 공개된다.

전시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눈길을 끄는 것은 영국인 마틴 유든씨의 소장품. 주한 영국대사관 참사관과 총영사로 재직중인 그가 78년부터 세계각처에서 수집해온 자료들은 태평양전쟁시기까지 우리나라의 생활상과 한영관계발전사를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눈길을 끄는 책으로는 브로튼 선장이 영국에 돌아가 1804년에 출간한 여행기 「북태평양의 탐험항해」를 비롯, 영국인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일화를 실은 헛친슨의 「현존하는 민족들」이 돋보인다. 특히 브로튼의 저서는 유럽에 신비하고 낯선 한반도를 알림으로써 이후 많은 탐험대와 선교사들이 안내서로 활용했다. 또 헛친슨의 책은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에 열중하는 영국총영사를 본 조선대신들이 하인을 시키라고 권유했다는 일화 등이 실려있다.

당시 다양한 풍물을 담은 그림과 목판화가 실려 있는 키드자매의 기록집 「옛날의 한국」, 선교사와 탐험가들이 남산에서 바라본 경성의 전경, 선죽교의 양반행차, 베짜는 여인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조선관리들이 영국함대를 방문해 대기하는 장면을 담은 삽화 등 귀중한 자료도 선보인다.

5월에는 영국의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부산항에, 로얄요트 브리타니아호가 인천항에 입항하며 영국왕실가족인 글로스터공작과 켄트공작이 각각 봄과 가을에 축하방문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두 나라는 연주회와 드라마, 공연, 필름 페스티벌, 패션·디자인·라이프스타일전과 건축전 등 다양한 교류행사를 갖는다.<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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