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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과 부양책/배정근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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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과 부양책/배정근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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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은 경제의 활력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이다. 앞날이 불투명하면 기업인들은 투자를 꺼리고 개인들도 소비지출이 위축돼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수많은 경제이론들도 따지고 보면 경제활동에 따르는 갖가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다름아니다.그런데 불행히도 가뜩이나 위기상황에 처해있는 우리 경제는 암흑처럼 어둡고 어느 것 하나 분명치 않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전력질주해 앞으로 내달아도 시원찮은 판에 언제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눈앞에 두고 있는 양상이다. 노동법 개정파문이 부른 총파업사태로 한달 가까이 경제활동이 마비됐다가 가까스로 이를 벗어나자 기다리기라도 한듯 한보사태가 이어져 역시 한달 가까이 온나라를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다. 결국 새해들어 두달동안을 내내 흥분과 혼돈속에서 보낸 셈이다.

앞은 더욱 깜깜하다. 한보사태는 구조적 부패커넥션의 한 부분만을 드러낸채 서둘러 봉합돼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고 노동법 재개정작업과 대학 개강, 임금협상 시즌 등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 최고위급 관리이자 주체사상의 창시자인 황장엽 노동당비서의 망명은 북한정권의 붕괴라는 돌발변수가 그리 멀리있지 않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한보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판단한 정부 일각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 참된 처방은 섣부른 부양책이 아니라 경제의 앞길을 막는 수많은 불확실성들을 제거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수많은 불확실성중 국민을 가장 불안케 하는 것은 과연 현정권이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고 나라를 제대로 경영할 능력이 있느냐 하는 의구심이기 때문이다.

한보사태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된 집권세력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지않고 외형적 경제부양만을 추진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게 아니라 죽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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