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서류·도장에 칫솔까지 “움직이는 사무실”/일정한 거주없이 방황속 “테러노출” 공포 반증이한영(36)씨는 피습 전까지 극도의 불안 속에 「방황」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가 피격 당시 손가방에 넣어 갖고 다니던 각종 물품은 그가 느꼈던 불안의 실체를 말해준다.
경찰이 이씨의 자주색 손가방에서 확인한 소지품은 「움직이는 사무실」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다. 이씨는 현금 16만8천원과 은행현금카드 3장, 신용카드 1장, 은행통장 4개, 도장 5개를 갖고 있었다. 사업자등록신청서, 「캔디모아」라는 상호의 사업자등록증, W통상 명의의 인감증명서 3부, 부동산임대차 계약서, J사의 영수증, 납품대금지급 약정서, 독점내역 매입거래 약정서, 거래선 상담일지 등 사업관련 서류도 다량 발견됐다.
서울지법 동부지원이 발급한 부인 김종은(29)씨와의 이혼확인서도 있었으나 김씨는 이혼사실을 부인했다. 칫솔 치약 면도기와 소화제 진통제도 있어 이씨의 겉돌던 생활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경찰관계자는 『아직 면밀하게 분석하지 못했으나 내용물을 볼 때 이씨는 언제든지 피신할 수 있도록 주요 물품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최근 그가 극도로 불안해 있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이모 성혜림의 망명보도 사건인 난지 3개월만인 5월 무리하게 빌려 쓴 사채를 갚느라 분당 집 전세금을 날리고 가족들과 뿔뿔이 흩어졌다. 이씨는 자신이 다니던 교회 신도나 귀순자 동료 집을 전전하다 지난해 8월 안기부가 제공한 안가에서 한달동안 생활하기도 했다. 이씨는 지난해 9월 아는 사람 소개로 J상사 김모(32)씨를 만나 잡화를 수입,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오퍼상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분당 N백화점 등 3곳에서 열린 기획전에 초콜릿을 납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대학시절 인연으로 알게 된 김장현(44)씨의 분당 아파트에 방 한칸을 빌려 옷가지 등을 가져다 놓고 가끔 들러 기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12일 아침 김씨 집을 나간 후 사흘만에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다.<김진각·홍덕기 기자>김진각·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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