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보르스카 시집 첫선『진짜 시인이라면 계속 자신한테 「나는 모르겠어」를 되풀이해야 합니다… 시인들은 언제나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라고 수상 연설을 했던 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비스바야 쉼보르스카(74·사진). 그의 시집 「모래 알갱이가 있는 풍경」이 국내 초역됐다(문학동네간). 노벨문학상의 열기가 이전 같지는 않지만, 그것보다는 저작권 문제 때문에 졸속·중복번역이 없어지면서 정식계약을 거쳐 뒤늦게 출간된 탓이다.
「실존주의 시인」 「철학자 시인」이라는 애칭이 말해주듯 그의 시작의 테마는 주로 현대문명 속에서의 인간간의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 모습 등 주로 인간소외 문제이다. 시어는 평이하다.
「두 번 일어나는 것은 하나도 없고/ 일어나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는 연습 없이 태어나서/ 실습 없이 죽는다… 악의에 찬 시간. 너는 왜/ 쓸데 없는 불안에 휩싸이니?/ 그래서 넌―흘러가야만 해/ 흘러간 것은―아름다우니까」(「두 번이란 없다」 부분).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발음할 때 이미/ 첫째 음절은 과거를 향해 떠난다/ 내가 고요라는 낱말을 발음할 때/ 나는 그것을 깬다/ 내가 아무것도라는 낱말을 발음할 때/ 무언가를 창조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에 들어갈 수 없는 무엇을」(「가장 이상한 세 낱말」 전문).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 동양학부 한국학과 전임강사로 쉼보르스카의 시세계를 주제로 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인 이해경(40·여)씨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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