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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교사극단 공연 줄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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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선생님이 아니라 배우”/교사극단 공연 줄잇는다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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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소나무 산에 옮겨 심다’‘밴더호프가 사람들’‘한여름 밤의 꿈’/교육문제 다룬 창작극 셰익스피어 정극 등 다양형사반장으로 분한 한문 선생님, 학부모 입장에서 자녀교육의 어려움을 솔직히 토로하는 고3 진로지도 선생님. 현업 교사들로 이루어진 교사극단 공연이 일제히 막을 올린다. 극단 징검다리의 「어린 소나무 산에 옮겨 심다」(23일까지, 대학로 오늘소극장), 극단 교극의 「밴더호프가 사람들」(21∼25일 국립중앙극장 소극장, 26, 27일 성남시민회관 대극장), 극단 연극놀이의 「한여름 밤의 꿈」(20∼26일 새이웃소극장). 방과 후 자투리 시간과 겨울방학 기간을 몽땅 투자한 결과물들이다.

「어린 소나무…」는 교육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방황하는 학부모들의 이중고를 다루고 있다. 창단공연 「김선생님 뭐 하세요?」에서의 교사 문제, 제2회 정기공연 「블루기타」에서의 청소년 문제에 이은 일종의 연작 교육극이다.

극단 교극은 85년 창단 때부터 주로 연극행위 그 자체에 중점을 두어온 편. 그간 공연해온 작품들도 「노부인의 방문」, 「환타스틱스」, 「어느 폴란드 유태인 학살의 회상」 등 극적 완성도 높은 번역극에 치중해왔다. 이번 「밴더호프가 사람들」은 뉴욕에 사는 밴더호프가 사람들의 자잘한 일상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따스한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극단 연극놀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새롭게 해석, 재구성했다.

이들 세 극단은 극 선택뿐 아니라 공연 목적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징검다리가 창작극 중심에 연극을 통한 교육문제의 환기에 역점을 둔다면, 교극과 연극놀이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 교사들이 중심이다. 한국교사연극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극단 교극 대표 신현돈(송곡여고 교사)씨는 『연극 바깥의 현실에 눈길을 돌리기보다는 그저 연극을 사랑하고 아끼는 교사들이 모였다』고 극단의 성격을 설명했다.

그러나 두드러지는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연극을 통해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 간의 정서적, 심리적 거리를 좁혀보자는 창단 취지는 한결같다. 주 관객층도 교사, 학생, 학부모들. 공연장의 열기도 높다. 한 판 연극을 통해 첨예한 교육현실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진다.

『극적 완성도도 기성 극단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으니 많이들 와서 봐줬으면 좋겠다』는 게 이번 한 공연의 기획을 맡은 수학선생님의 당부. 하지만 이들 공연마다에는 극적 재미보다 아마추어리즘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미덕이 더욱 빛난다. 그리고 그들이 거둔 결실은 턱없이 모자란 시간적·경제적 어려움을 무릅쓴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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