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끝에 제183회 임시국회가 오늘 개회된다. 30일간의 회기로 열리게 되는 이번 임시국회의 주요의제는 두 말할 필요없이 한보사태의 진상규명과 변칙처리한 노동법과 안기부법 등의 재개정문제다. 이미 여야는 정경유착비리로 우리 체제의 존립마저도 위협하고 있는 한보비리에 대해 45일간을 활동시한으로 한 국정조사특위를 가동하기로 합의한바 있다.검찰의 수사가 한보비리의 실체적 진실은 커녕, 의혹만 잔뜩 부풀린 채 쫓기듯이 서둘러 봉합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많은 국민은 한보비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외압의 실체를 밝혀내는데 검찰이 무엇 때문인지 주저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솔직히 말해 검찰이 불신 받고 있다. 그래서 국회가 나서서 이 일을 시원하게 파헤쳐 주도록 바라는 기대가 크다.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초선의원이 부패한 기업인의 하수인이 돼 8억원이라는 검은 돈을 받은 사실, 전국의 공무원을 지휘하는 내무장관이 역시 수억원을 편의의 대가로 챙겼다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패상에 대해 국회가 성역없는 조사를 해주도록 바라고 있는 것이다.
「취임후 기업인으로부터 단 돈 한푼도 받지 않았다」는 김영삼대통령의 거듭된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런 몰염치한 부패행위가 대통령의 발밑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국회는 칼국수개혁의 허점이 어디에 있었는가를 곰곰이 짚어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역의원 4명과 장관 1명, 은행장 2명 등 9명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검찰의 태도에 대해 국회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지금 시중에는 검찰이 아무리 덮어본들 1년후면 다 드러날 일이라는 빈정거림이 있다. 검찰이 국민감정이나 여론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을 해줄 필요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억5,000만원을 「떡값」으로 받았기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야당의원의 정치적 불감증에 대해서도 국회는 자성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대가없는」 자금이면 얼마를 받아도 처벌할 수 없는 현행 정치자금법을 당장 고치는 일에 국회 스스로 나서야 할 줄 안다.
노파심인지는 모르나 우리는 특위 운영을 둘러싸고 여야가 소리에 집착한 나머지 조사위활동을 공전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면 여당은 매사를 지나치게 감추려 했고 야당은 선전공세적인 차원에서 밀어붙여 일을 그르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이 어느 때인가. 과거같으면 벌써 기정사실화했을 노동법과 안기부법이 재개정되는 상황 아닌가. 국민의 눈과 귀는 이제 국회의 활동에 집중될 것이다. 검찰에 실망한 국민이 다시 실망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도록 국회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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