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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맞는 ‘불로초’(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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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맞는 ‘불로초’(지평선)

입력
1997.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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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내경은 2,000여년전에 만든 중국 최초의 의학서다. 이 책엔 인간장수의 3가지 요소로 식보·약보·심보를 들고 있다. 식보는 음식, 심보는 마음의 평정을 뜻한다. 중국의 다양한 음식문화도 이러한 식보중시에서 비롯되었다. 약보란 물론 보약을 일컫는데 약에 대한 주의사항으로 신토불이와 같은 체질론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생물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체질을 달리하기 때문에 약물섭취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다.15일부터 미국에서 오는 우리 여행객들의 휴대품검사가 한층 번거로워졌다. 지난해부터 반입 「붐」을 일으킨 DHEA(Dehydro Epiandro Sterone)란 건강보조식품 때문이다. 한사람이 90알들이 2병에 한하되 반드시 자신이 복용한다는 각서까지 쓰도록 했으니 외국인이 보면 이상스러울 수도 있다.

DHEA는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의 기본인 부신피질호르몬의 합성물질. 사람이 나이들면 호르몬의 생산이 줄어 노화를 촉진하므로 DHEA를 보충하면 늙지 않는다는 선전이다. 미국에선 1병에 12달러(1만3,000원)인데도 지금 국내약국이나 시장에선 15만원에 호가되고 있고 한국인의 싹쓸이까지 확산되면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노화방지 성인병예방 성기능개선 등 현대판불로초라는 과장된 소문탓이다.

당국이 이번 DHEA반입을 제한한 것은 우선 국내의 검증이 없어서다. 미국에서도 DHEA가 약품이 아니란 데서 FDA(식품의약국)의 검증을 받지 않았고 의사의 판단에 따라 최소한을 섭취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외국의 약품 아닌 식품을 무분별하게 섭취함으로써 인체의 균형을 깨뜨려 부작용을 낳는다는 의학계의 우려와 창피하기만 한 보신쇼핑의 절제필요성이 포함되어 있다. 동남아에서의 보신관광추태가 이젠 미국으로까지 넓혀져 「불로초」를 찾는 소동으로 번지고 있으니 부끄러운 세계화가 아닐 수 없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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