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표시’이거나 ‘유대과시’ 목적/책 내용 곳곳서 ‘대통령의 아들’ 힘 느껴져한보그룹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저서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고려원 95년간)를 창고에 대량으로 보관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현철씨가 지금까지 삶의 역정을 기록한 일종의 자서전. 현철씨가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버님을 돕는다 해도 잔심부름 정도였는데 세상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것. 말하자면 이 책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세간의 구구한 「억측」에 대해 해명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현철씨의 의도에도 불구, 이 책 곳곳에서는 현철씨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대목들이 발견된다. 87년 대선때 중·고 동기생들과 함께 유세장을 누비며 정치판에 발을 디딘 것부터 88년 여의도에 중앙조사연구소를 발족한뒤 13대 총선에서 황색바람 가능성을 직보하는 등 아버지의 정치자문역을 해온 사실이 자세히 서술돼 있다.
한보그룹측은 이 책의 보관이유에 대해 당초 『정보근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사내대학에서 직원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구입했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어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내용자체가 통상적인 기업의 교육용 교재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때문에 이를 믿기는 힘들다.
검찰은 이에 대해 『저명인사가 출판하면 대량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는 한보측의 재해명을 전했다. 이 말대로라면 책 구입이 일종의 「성의표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된다. 한보주변에서는 정회장측이 그룹의 대내·외 활동에서의 반사효과를 의도, 이 책의 배포를 통해 현철씨와의 유대를 외부에 간접적으로 과시할 목적도 있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이은호 기자>이은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