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자랑하던 주체사상은 지금 평양이 아니라 베이징(북경) 한국총영사관에 망명해 있다. 황장엽(74·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은 최근 진술서에서 『우리 민족을 불행에서 구원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남과 북의 화해와 통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 망명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유치고는 그럴 듯한 것 같기도 하고 잘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같다.황은 북한 체제의 이데올로기인 주체사상을 완성한 이론가였다. 그리고 그 주체사상의 핵심에는 수령론이 있다. 수령론은 김일성 한 사람을 『전 (노동)당의 조직적 의사의 체현자이자 당의 최고영도자인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령론은 공교롭게도 63년전 나치 독일의 최고 이론가였던 루돌프 헤스가 한 연설을 연상시킨다. 『우리는 단 한 분이 그 모든 비판을 넘어서 존재하신다는 것, 그 분은 바로 총통각하(히틀러)라는 것을 자부심을 갖고 확인한다. 그 분은 언제나 옳았고 언제나 옳을 것이다. 우리 모두의 국가사회주의(나치즘)는 「왜」냐고 묻는 대신 그 분의 명령을 묵묵히 따르는 무한한 충성과 복종 속에 확고히 자리잡고 있다. 이 믿음에는 비판이 있을 수 없다』
주체사상은 현실적으로 말하면 오늘의 북한을 있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착각의 집합체다. 김일성은 생전에 「94년 제네바 핵합의는 미 제국주의를 무릎꿇린 승리」라고 호언했다. 그러나 그 승리 뒤에서 인민은 여전히 헐벗고 굶주리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더하다.
지금 황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데려와야 하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망명은 받아야겠다. 그러나 그가 사상가의 이름으로 북한 인민에게 어쩌면 본의 아니게 지은 잘못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헤스는 2차대전 후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87년 93세로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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