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자 3년동안 카드 안써 ‘신용불량자’로검찰의 한보그룹 대출비리사건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갖가지 뒷얘기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태수 총회장은 검찰수사과정에서 마음에 들지않는 검사의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는 식으로 검사들을 「선택」해 조사를 받는 등 「고자세」로 일관했고 17일간의 조사기간중 「칭병」하며 불과 3∼4일만 수감장소인 구치소에서 잠을 자는 「칙사」 대접을 받았다. 검찰은 은행장들도 대부분 당당한 태도로 『커미션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많지만 밝힐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완강히 버티는 바람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은 조사기간내내 한보그룹의 운명에 대해 걱정하며 『결코 이대로 무너지지 않겠다』고 재기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검찰관계자는 전했다. 정총회장은 또 아들 보근씨의 사법처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검찰은 고비때마다 『당신이 버티면 집안이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해 말문을 트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보측도 수사초기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간부들에게 조사내용을 모두 다시 적게 하는 등 수사대응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총회장은 부도직전 신광식 전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전 조흥은행장 등에게 『내가 부도나면 당신들도 구속될 수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수사기록에 따르면 정총회장은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한 연초에 은행장들을 찾아가 『함께 구속되자는 것이냐』며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은행장들은 『설사 구속되더라도 더 이상 대출을 해 줄 수는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
○…이번 수사에서 세무공무원 출신인 정총회장의 뇌물전달 수법이 잘 드러났다. 정총회장은 가장 애용한 「뇌물상자」인 사과상자에 신·우행장과 홍인길 의원 등에게는 2억원씩 담아 주었고 김우석 전 장관에게는 스티로폼 위에 1억원을 넣은 뒤 샌드위치처럼 다시 스티로폼을 깔고 사과를 얹어 빈 공간을 없앴다는 것. 김 전장관의 집에서는 가족들이 사과를 먹으려다 돈다발이 나오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권노갑 의원에게는 007가방에 5,000만원을 넣어 전달하고 골프옷가방에다가도 1억원을 담아 전달했다.
○…검찰은 권의원이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총회장에게서 93∼94년 1억5,000만원을 받았다고 고백할 당시까지도 권의원의 자금수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권의원은 「스스로 목을 조른」격이 됐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정총회장은 권의원의 회견당시까지 『권의원에게 지난해 3월 국회질의 무마를 위해 5,000만원을 주었다』는 진술밖에 하지 않았다. 검찰은 권의원의 고백을 듣고 놀라 정총회장에게 『왜 사실대로 털어놓지 않느냐』고 추궁, 『그 무렵 1억원을 주었다』는 확인진술을 받아냈다. 이후 정재철 의원 조사과정에서 1억원의 추가수수 혐의도 드러났다.
○…한보는 평소 법인카드 대신 현금을 주로 사용, 로비가 탄로날 것에 대비했다고 검찰관계자는 밝혔다. 현보철강과 (주)한보가 소유한 60여장의 법인카드와 정총회장 정보근 회장이 발급받은 신용카드는 지난 3년간 사용실적이 전혀 없다. 정씨 부자의 신용카드는 2월3일자로 「신용정보불량자」로 은행연합회에 통보돼 사용중지됐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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