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국 중서 가능성 적어 “서울행 저지” 의지과시인듯황장엽 망명사건에 대처하는 북한의 움직임이 비상하다.
사건 발생 이틀뒤인 지난 14일 북한의 특수요원 100여명이 평양에서 급파돼 중국 베이징(북경)에 집결했다. 베이징의 북한 정보요원들은 서울행 항공기의 탑승객 명단과 운항 일정을 점검하고 있으며 베이징 북한 유학생들에게도 특별동원령이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의 예고인가, 황의 서울행을 앉아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압박시위인가.
중국 공안당국도 한국총영사관 앞에 방탄차량을 배치하고 베이징 수도공항에 특별 경계령을 발령하는 등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황의 한국행을 저지하기 위해 필사적 노력을 기울이리라는 것은 한중 양국에서 기정사실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의 이같은 행동이 일단 중국에 대한 압박시위 선에서 취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유일한 우호국인 중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전세계의 주시속에 「국제 범죄」를 감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북한의 경제회생은 불가능하며 가을로 전망되는 김정일의 최고위직 승계도 빛을 잃게 된다. 따라서 북한은 중국에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면서 황의 한국행을 막기위해 물밑 접촉에 들어가는 양동작전을 펼치고 있다는 관측이 강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황의 위상을 감안할 때 무반응은 곧 체제의 비정통성과 약점을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을 북한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13일 새벽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황의 망명사건을 「납치극」이라고 주장한 뒤, 무언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미 관계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의 제일 과제는 미국의 대북 국제테러국 지정 해제다. 테러국에서 해제되지 않으면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본격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
이같은 정황을 고려하면 북한의 테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강하다. 우리 정보당국은 북한이 납치·테러 등의 실제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과거에도 상식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테러 행위를 저질렀고, 김정일을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강온파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정책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납치와 테러에 관한한 전문집단인 것으로 국제사회는 의심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테러국으로 지정된 계기도 87년 KAL기 폭파사건이었다. 83년 아웅산 사건은 아예 우리 최고 통수권자와 고위 간부들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은 납치·테러를 위해 특수부대를 운영하는데 이들은 제3국에서 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이번에 중국에 파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