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를 곧 조사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하지만 이는 김씨가 「자신이 한보철강을 두차례 방문했다」고 발설한 국민회의의 한영애 의원 등을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고발하고, 고발인 자격으로 출두할 것이어서 약간 싱거운 느낌이다. 혹시나 한보사건의 수사종결과 관련, 진상규명 실패에 대한 들끓는 여론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요식행위가 되지 않을는지 궁금하다.사실 그동안 김씨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초반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부를 계획이 없다」고 했다가 국민의 반발이 여전하자 야당이 증거와 자료를 제시할 경우 소환조사하겠다고 했으며 이제는 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하게 되는 등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조심을 하는 자세를 보여 실망을 주었던 것이다.
우리는 선진민주국가일수록 국정이 민주적 합법적 공개적 제도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권력자의 친인척들은 국정에 일절 간여하지 못한다. 간여할 경우 권력남용과 부패로 국정운영이 왜곡되기 때문에 공사관계가 엄격하다. 반면 우리의 경우 대통령의 친인척에 대해 국민의 인상이 좋지 않다. 의심과 경계의 대상이다. 5공때 전경환씨, 6공때 금진호씨 등이 온갖 비리를 저질러 지탄의 대상이 됐었다.
우리는 김현철씨를 이들과 같거나 비슷하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김씨는 이 정권 출범때부터 「황태자」 「숨은 실력자」 「소통령」이란 별명 아래 국가의 주요정책과 인사에 수시로, 적극 간여한다는 루머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한보사건이 터지자 유력한 후원자로 그가 떠올랐고 특히 거액을 수뢰한 홍인길 의원이 「나는 깃털에 불과하다」고하고, 김덕룡 의원이 음모설을 제기하자 거액대출을 가능케 한 외압의 몸체가 김씨가 아닌가하는 추측들이 무성했다. 더욱이 정태수씨 아들 정보근씨와의 친분설도 그렇고 또 최근 그의 저서 1만여권이 한보창고에서 발견되어 갖가지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이다.
어느 면에서 김씨는 많은 오해와 억울함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 때문에 온갖 루머의 주역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떻든 지금 한보사건과 관련, 국민의 감정과 의구심은 정권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모든 진실을 제3장소가 아닌 검찰에 나가 밝혀야 한다. 검찰도 김씨에 대해 단지 한보철강방문 등만을 조사할 것이 아니라 거액금융대출에 과연 김씨가 배후에서 간여했는지, 나아가 한보제철건설과 어떤관계가 있는지 낱낱이 조사해서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김대통령도 그토록 여러 차례 성역없는 수사, 한점의 의혹도 없는 사실규명을 공언했던 만큼 현철씨의 조사로 이를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민심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현철씨도 보다 떳떳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진짜 성역없는 조사를 주시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