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때 왜 책 못찾았나”에 “전기 안들어와서”/구속자수·비자금규모 수서와 닮은꼴 “화제”대검 중수부가 있는 서초동 대검청사는 15일 김현철씨 조사라는 변수가 등장하자 한보그룹 거액 특혜대출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던 전날과 달리 다시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현철씨의 고소인자격 출두설에 검찰과 취재진은 상오부터 분주했다. 그러나 하오 4시가 지나 고소장을 17일 제출할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청사현관을 지키던 취재진이 썰물처럼 철수했다. 현철씨측 변호인들이 대검 총무과에 고소장을 제출할 것으로 알려진 시각인 하오 1시께는 취재진이 대검청사를 출입하는 사람마다 따라붙어 신원을 확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때문에 하오 2시께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전력 공급자료를 대검 중수부에 넘겨주기 위해 온 한전 관계자 2명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청사로 들어오다 기자들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렀다.
○…검찰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한보그룹 장지동 관리소 창고에서 무더기 발견된 현철씨의 저서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최중수부장은 『검찰이 장지동 관리소를 압수할 때 책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1천평이 넘는 창고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랜턴을 들고 압수수색을 했다. 직접 가보면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저명인사의 책이 나오면 기업에서 사주는 게 관행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책도 35%가량 싸게 구입했고 저자의 강요도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해 「편법 정치자금 조성」 가능성을 배제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한보사건과 91년 수서사건의 닮은 점 5가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5가지는 ①두 사건의 구속자가 9명으로 똑같다 ②검찰이 밝혀낸 비자금규모가 한보 23억5천만원, 수서 12억9천만원으로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엇비슷한 거액이다 ③드러난 외압의 실체가 권력 핵심부의 국회의원(홍인길), 청와대비서관(장병조)으로 닮은 꼴이다 ④은폐·축소수사라는 비난과 재수사요구가 높다 ⑤시간이 지난 뒤 사건의 「배후」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등. 그래서 이번 사건은 수서사건의 완벽한 복사판이 될 전망이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이날 하오 기자들이 『그동안 표정이 심각했는데 오랜만에 화색이 도는 것 같다』고 말하자 『아니다』라고 부인, 현철씨 조사를 앞둔 검찰의 고민을 반증했다. 최중수부장은 『현철씨가 고소할 경우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고소장 접수후 결정하겠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전날 『(현철씨)설에 대한 증거가 있고 구체적 사실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면 수사하겠다』고 말했던 최중수부장은 이날 상오 『청와대로부터 현철씨 수사지시는 없었다』고 일부 언론의 보도를 부인했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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