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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김 대통령 청와대 은둔(외신에 비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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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김 대통령 청와대 은둔(외신에 비친 한국)

입력
199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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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Far Eastern Economic Review 2월20일자김영삼 대통령은 요즘 TV저녁뉴스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공장 준공식에서 리본을 자르거나 신한국당 의원들에게 격려사를 하는 등의 대통령 업무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신 그는 청와대에 은둔하고 있으며 지난 수십년간 해온, 설날 고향에 내려가는 계획도 취소했다.

왜 이렇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 특혜대출 의혹으로 그의 측근들은 공격을 받고 있지만 대통령 자신은 다치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의 정부는 뒤흔들렸고 부패척결 투사로서의 이미지는 한보철강이 5조원의 빚을 지고 도산함으로써 퇴색됐다. 한보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고위 인사들에 대한 특혜대출 관련 혐의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한국정치의 앞날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대통령의 권위와 대선을 앞둔 신한국당 장악력도 위기에 처해 있다.

집권당이 대선에서 패하면 한국역사상 처음으로 야당이 집권하게 된다. 그리고 검찰수사가 유권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김대통령은 자신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했던 것처럼 차기 정부에 의해 부패관련 혐의로 법정에 설 가능성도 있다. 『나는 한국에서 역사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는다』고 서울의 한 서방 외교관이 말했다.

10여명의 여당인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한보스캔들은 신한국당에 붕괴위협까지 가하고 있다. 한보 대출압력에 연루된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계이며 이 계파의 리더는 바로 김대통령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가장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아들 현철씨가 대출압력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야권의 주장이다.

현철씨는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국내신문들은 문민정부의 「황태자」로 지칭하고 있으며 자기 아버지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조언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에 그가 연루됐다는 증거는 드러나지 않았으나 언론에 따르면 그는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의 아들 정보근씨와 가깝다고 한다. 김대통령은 자신의 대통령직이 한보 위기에 의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내각과 당 지도부를 개편하려 하고 있으며 대국민사과를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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