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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커넥션 ‘악어와 악어새’/기업들 생존위한 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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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계 커넥션 ‘악어와 악어새’/기업들 생존위한 보험금

입력
199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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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여몰려 야 ‘빈익빈’흔히 「악어와 악어새」로 비유되는 정계와 재계는 정치자금과 그 반대급부를 고리로 연결돼 있다.

재계는 적극적인 로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보험금」 성격으로라도 자금을 공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에 따라 많은 기업의 부침이 엇갈려 온 과거에 비추어 업계는 「생존비용」인 정치헌금을 댈 마땅한 실력자를 찾아 다닌다. 또 정치인들은 매끄러운 지역구·조직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의 돈에 의존하게 된다.

공공연한 비밀이던 최고권력층에의 자금 헌납은 92년 1월 통일국민당 창당 직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입을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정회장은 『현대가 청와대에 낸 돈이 박정희 정권때는 매년 10억원이었고 5공때는 20억∼30억원이던 것이 6공때는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올랐다』며 『내가 기업가중에 첫번째 아니면 두번째로 많이 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정·재계 현실을 감안하면 최고위층에 가까운 인사일 수록 기업측 접대 목록의 위에 오르게 된다. 물론 정당으로 들어 가는 기탁금과는 별도의 돈이다. 다선의원이나 실력자일 경우 선거 한번 치르면 수십억이 남는다는 얘기도 있다. 직접 관련이 없는 기업에서도 자발적으로 돈을 갖고 오기 때문이다.

장관을 지낸 모씨는 『거물급은 그룹차원에서 관리하며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대부분 기업주가 직접 정기적으로 접대한다』며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떨어지는 소장파 정치인에게는 계열사별로 「인사」를 하거나 정계와 미처 줄이 닿지 않았던 신흥기업이 상대자가 된다』고 밝혔다.

모그룹 K회장은 명절을 앞두고 돈 돌릴 사람을 선별해 미리 인사를 하고 해외여행이나 지방 출장을 간다. 명절때만 되면 소장파 정치인들까지 연락을 해오기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어 아예 자리를 피한다는 것.

중진급 이상은 자발적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기업이 있지만 초·재선급은 상대적으로 자금확보가 어렵다. 상임위원회 관련 업체나 지역구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에 기대는 형편이다.

그러나 야당의 경우는 이런 기업의 자금지원 범위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지역의 기업이라도 대놓고 야당의원을 지원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선경력의 C전의원은 『당운영이 하도 어려워 서화전을 열고 기업측에 글씨와 그림 등을 사 달라고 요청했는데 호남 굴지의 회사인 K그룹도 드러내 놓고 도와주기가 곤란하다며 한점도 사지 않았다』며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의 생리는 이해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당의원과 기업의 관계는 결국 개인적인 친분이나 관련 상임위를 통해 이뤄진다. 한 기업인은 『국감에서 상임위원이 특정기업을 괴롭히면 견디기 어려우므로 사전에 관리한다』며 『산업시찰 등의 명목으로 초청해 돈봉투를 건네는 것이 관례』라고 실토했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차원에서 소장의원이나 야당의원을 지원하는 예도 늘고 있다.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의원을 대상으로 자기사람을 심자는 「거시적 안목」에서 정기적으로 지원한다.

이외에도 기업주가 직접 출마하기 위해, 또는 부하직원을 원내로 진출시키기 위해 실력자에 줄을 대는 경우도 있다.<염영남 기자>

◎쪼들리는 초선의원/실세·특수경우 빼곤 자금사정 빠듯/“돈 구하는게 일의 절반”

의원들의 자금사정은 여야, 선수, 개인의 인맥과 수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각계에서 「봉투」가 답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구당 운영비도 조달하기 어려워 은행빚을 지고 있는 가난한 의원들도 적지않다.

초선의원은 재력이 있거나 실세에 속하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살림이 어렵다. 여당 초선의원의 자금조성 능력은 그래도 야당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돈쓸 곳이 많아 힘이 부치기는 야당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신한국당의 A의원은 『한보사태 때문에 마치 의원들이 모두 큰돈을 만지는 것처럼 매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이 기간 총지출은 약 9,900만원으로 월평균 2,470만원에 달했다. 반면 생활비로 쓰이는 세비를 제외한 수입은 7,300여만원에 그쳐 월평균 450만원의 적자를 보았다.

『부족액은 그때 그때 대학동문과 친인척의 도움으로 메우는 「도깨비 살림」을 해 왔습니다. 돈 구하러 다니는 게 하는 일의 절반은 됐던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정도가 여당의원의 최소경비일 겁니다. 물론 연말연시나 명절 때는 평소의 2배가 들어 가지요. 결혼식이나 장례식은 그렇다고 쳐도 돌잔치때까지 「성의」를 요구하는 지역구민은 야속합니다. 지방자치 선거 이후에는 지방의회 의원이나 단체장도 지역에 많은 돈을 쓰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도 없어요』

국민회의 B의원은 초선이면서도 당지도부에 들어 있으나 살림은 빠듯하다. 세비와 후원금, 친구들의 지원으로 월 1,200만∼1,300만원의 비용을 간신히 충당하고 있다. 지난 설날에도 지구당원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30개 노인정에 사과 1상자씩을 보내는 것으로 지역구에 대한 인사를 끝냈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위치에 걸맞게 동료·후배 의원을 챙길 여력이 없다. B의원은 『이대로 가다가는 자격미달자로 낙인찍힐까 걱정된다』며 『돈 없이는 정치적 도약에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C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 4억원의 은행빚을 졌다. 한달에 이자만도 600만∼700만원에 이른다. 그는 『주변의 푼돈을 모아 겨우 파산은 면하고 살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현재로선 막막하다』고 털어 놓았다.<유성식 기자>

◎낙선도 서글픈데 돈까지 없으니…/세비없고 후원금 줄어 표밭 관리도 힘들고/힘겨운 ‘권토중래의 꿈’

권토중래를 꿈꾸며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하는 낙선 정치인. 그래도 지구당 사무실을 꾸리고 표밭관리도 계속해야 하는데 세비도 없고 후원금도 잘 모이지 않는다.

신한국당 구로갑 지구당 김기배 위원장은 지역구민의 관혼상제에는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왕성한 지역구 활동을 하고 있다. 지구당 사무실 운영비로만 월 1,000만원이 들어 간다. 월 40건에 이르는 경조사에 참석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집에 생활비를 내놔야 해 모두 합쳐 최소한 월 1,500만원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수입은 중앙당 지원비 150만원, 후원회의 찬조금 700만∼800만원이 고작이다. 결국 부족한 돈을 메우려고 친구나 선후배에게 손을 벌릴 수 밖에 없다. 불황으로 후원금은 크게 줄어 든 반면 지역구의 민원은 여전히 많다.

그래도 여당은 나은 편이다. 재선경력의 국민회의 서초을 지구당 정상용 위원장의 월수입은 후원금 60만원, 중앙당 지원금 100만원, 고교동창 기업가 4명이 모아 주는 400만원 등이 전부이다. 그는 한달 20건 정도인 지역구민의 경조사때 5,000원 가량의 앨범이나 조화로 「봉투」를 대신한다. 운전기사도 없애고 내핍을 거듭했지만 늘 한달에 400만원은 모자란다. 『선거때 빌린 은행빚 이자를 합쳐 월 500만∼600만원의 빚이 쌓여 가고 있습니다. 당장 지구당 운영도 문제지만 가족 생계조차 어려워 부업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자민련 홍천 횡성 지구당 조일현 위원장. 지역구가 넓어 2곳에 사무실을 둬야 해 줄인다고 줄였지만 월 1,000만원이 드는 데다 후원금이나 당비가 거의 없다. 승용차도 사무실용으로 돌리고 자신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관내 기업도 별로 없어 여기저기 손벌리느라 체면을 내팽개친 지 오래입니다. 정치풍토가 바뀌지 않으면 가난한 정치인은 설자리가 없겠지요』<염영남 기자>

◎돈이 있어야 계보도 만든다/야망 가진 중진들 막대한 정치자금 조성/초·재선에 은밀 ‘투자’

우리나라 정치에서 돈은 출신지역과 함께 계보 유지의 양축이 돼 왔다. 인간관계나 학연 등도 계보형성에 영향을 미쳤지만 돈과 「지역」의 구심력에 비하면 대단히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돈은 정치이념과 정책면에서 여와 야, 당내 계보간 구분이 모호한 우리의 정치상황에서 사람을 모으는 강력한 흡인력을 가졌다. 또 자질이나 대중적 인기면에서 비슷비슷한 정치인 가운데 돈을 잘 「만들어」 나눠주는 인사가 계보보스나 당내 지도자로 부상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야망」을 가진 중진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보다 많은 정치자금을 조성하려고 노력해 왔고 이 과정에서 온갖 의혹과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15대 총선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겨냥한 신한국당내 몇몇 대권주자 사이에 총선후보의 마음을 잡기 위한 선거자금 지원경쟁이 벌어진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선거전이 막판에 이르렀을 때 한 중진이 보냈다는 사람이 지구당 사무실에 찾아와 수백만원을 놓고 갔어요. 이틀후에는 그 중진과 경쟁관계에 있는 실세의 측근이 또 수백만원을 들고 왔습니다. 그때 나는 비로소 승리를 직감했어요. 그 사람들이야 될 사람을 밀어 주는 것 아니겠어요. 인근 지역구에서 당선된 후보는 세군데에서 돈을 받았다고 했어요. 어쨌든 한푼이 아쉬웠던 판에 정말 고마왔습니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신한국당 초선의원의 후일담이다. 그는 『그 중진들은 이후에도 몇차례 나를 불러 「용돈에 보태 쓰라」며 100만∼200만원씩을 쥐어 주었다』며 『우리당의 초·재선의원 가운데 이들의 돈을 받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식으로 꾸준하게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계보를 유지, 확장하기가 어렵다고 신한국당 대권주자의 한 측근은 전한다. 『우리가 잠시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상대방이 즉각 허점을 파고 든다』는 것.

국민회의의 경우 김상현 지도위의장이 김대중 총재의 카리스마에 맞서 나름대로 계보를 유지해 온 비결도 탁월한 정치자금 조성능력과 부지런한 인맥관리임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처럼 돈을 쓰지 않고는 세력확장이나 정치적 도약을 기대하기 어렵다. 야당에서 30년간 잔뼈가 굵은 한 국민회의 당직자의 지적은 음미해 볼 만하다.

『수만∼수십만 유권자의 심판을 받고 당선된 국회의원 가운데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있습니까. 모두 꿈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이런 사람들을 「맨입」으로 거느릴 수는 없습니다. 과거 야당에서 절대적 권위를 갖고 있던 YS의 상도동계와 DJ의 동교동계도 두 사람의 적극적 관리가 없었다면 상호견제와 여당의 공작정치 속에서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을 겁니다』

물론 돈만으로 의원들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92년 14대 총선 당시 민자당 박태준 최고위원은 몇달후의 대선후보 경선에 대비, 민정계를 중심으로 상당수 후보들에게 50억원이 넘는 선거자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은 김영삼 대표의 대세몰이에 밀려 경선에 앞서 도중하차하고 말았다.<유성식 기자>

◎고비용 구조 개선책/정치자금 공개·실명화 시급/당비 등 상향식 자금조성/유권자 의식도 성숙돼야

정치자금을 둘러 싼 정경유착과 이권개입 등 권력형 비리가 끊이지 않는 정치현실을 타개할 방안은 없는 걸까.

음성적 정치자금 문제는 돈 없이는 단 하루도 정치를 할 수 없는 고질적인 「고비용 정치구조」에서 비롯한다. 고비용 구조는 시·도지부와 지구당 등 비대한 정당조직과 경조비 찬조금 등으로 인한 과다한 지역구 관리비용 등 후진적 정치문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게다가 선거철만 되면 돈이나 선물 등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의식과 선거꾼들의 횡행도 고비용의 주된 요인이다. 한편으로 음성적 자금수수에 대해 「떡값」이라느니, 「정치관행」이라느니 하면서 용인하는 온정적 태도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음성적 정치자금 수수에 따른 부패·비리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의 양성화가 가장 시급하다는 게 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모든 정치자금을 공개하고 실명화해야 한다는 것. 경실련 고계현 정책부장은 『선관위에 신고한 계좌를 통해서만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자금 제공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해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며 『익명의 기부나 법인명의의 정치자금 기탁은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정치자금 실사권을 강화해 부정한 돈의 유입과 지출, 허위신고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양승함 교수는 『선거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립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특별선거감시위원단을 구성하고 불법적 정치자금 거래를 차단해야 한다』며 『모든 자금 사용내역을 추적, 음성적 떡값과 계파관리비까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한보사태를 통해 본 정치자금법 개정 필요성」을 주제로 한 경실련 토론회에서 아주대 김영래 교수도 중앙선관위의 권한 강화를 주장하면서 『정당과 정치인은 기업 등의 후원금을 선관위에 신고하고 선관위는 자금수수 내역을 기록한 「정치자금백서」를 발간해 국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고보조금과 정당기탁금제도에 대한 개선요구도 커지고 있다. △불법선거자금 유입을 차단할 선거공영제 강화 △득표율 위주의 국고보조금 배분 △당비 납부실적에 따른 국고보조금 배정 △여당의 기탁금 독식현상을 막기 위한 비지정기탁금제도의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일반당원의 당비와 지지자의 기부금에 의한 상향식 자금조성 방식의 정착도 시급한 과제이다. 신한국당 재정국장 손교명씨는 『당상부에서 자금을 조성, 지구당으로 내려 보내는 현재의 하향식 자금조달로는 음성적 정치자금 사슬을 끊을 수 없다』며 『일반당원과 지지자의 기부로 조성된 자금이 전체의 50% 이상은 돼야 음성자금 근절과 당내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성숙돼 고비용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타파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게 경조비나 찬조금 등을 바라고 선거때마다 은근히 돈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불법정치자금의 뿌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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