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 절묘한 줄타기외교 곤혹/북이 던질 대미·일 카드 관심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의 망명으로 92년 한·중 수교이후 최대의 시련기를 맞게 됐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전 중국과 북한은 92년 8월 한·중 수교로 야기됐던 「불편한 관계」를 상당부분 해소한 상태였다. 즉 북한과의 정치적 유대를 지속하며 한국과는 경제적 실리를 취하는 중국의 남북한 등거리 정책에 북한이 어느 정도 「적응」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한·중 수교로 냉각되었던 북·중관계는 지난해 7월 조·중 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35주년에 양국 대표단이 상호방문함으로써 한·중수교 이전 상태로까지 회복했다는 평가마저 받기에 이르렀다.
또 이해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당기념일에는 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대사관의 축하리셉션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북·중관계의 회복은 상호 필요성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우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국제적 지원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었다. 중국입장에서도 탈냉전 후 새로운 질서가 모색되고 있는 동북아에서 주도권을 계속 확보하기위해서는 북한과의 불편한 관계의 해소가 필요했다.
중국이 이처럼 북한과의 관계복원에 전력을 기울인 것은 94년 10월 북한 핵문제가 타결된 이후 미국의 북한 접근이 가속화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중국과 북한이 불편한 상태에서 북·일, 북·미 수교가 이루어 질 경우, 중국은 북한에 대한 그동안의 우월적 영향력을 완전 상실할 것이고 이는 동북아 질서 재편과정에서 중국의 입지를 현저히 축소시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서 중국의 절묘한 남북한 등거리외교가 정착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황의 망명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것은 남과 북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중국에도 곤욕이지만 북한에도 시련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이 중국에 대해 쓸 수 있는 카드는 미국과 일본의 카드이다. 중국이 불안을 느낄 정도로 미국 및 일본과 접근을 가속화하겠다는 위협을 함으로써 중국의 선택을 자국에 유리하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장구를 쳐줄 것 같지는 않다. 여기에 북한의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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