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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번가’/김석철 건축가·아키반 대표(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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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번가’/김석철 건축가·아키반 대표(아침을 열며)

입력
199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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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만한 것이 세계에 없다. 그러나 녹지공간인 그린벨트로 싸인 서울의 중심부는 자연과 차단되어 있다.서울은 600년전 자연과의 조화를 도시원리로 하여 만들어진 세계적으로 드문 역사도시인데 서울에서 도시의 자연과 역사공간은 도시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닿아있지 못하다. 도시의 문화공간 역시 사방에 흩어져 있다.

도시 기반시설과 역사공간, 문화공간이 하나로 이어진 것이 문화인프라인데 도시의 흐름에서 소외된 역사공간, 문화공간은 문화인프라의 요소일 뿐이다. 도시가로에 의해 차단된 경복궁 창덕궁 종묘는 도시라는 박물관에 남은 역사유적이지 살아있는 도시의 역사공간은 아니다. 세계적 문화공간이지만 지하철과 연계되지 않은 예술의전당은 아직 서울의 문화인프라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이고 세계연극제가 열리는 해이다. 도시에 흩어진 역사공간과 문화공간이 도시의 흐름과 이어진 문화인프라를 이제라도 만들기 시작하여야 한다.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을 거쳐 종묘로 이어진 북한산의 녹지공간이 1㎞미만의 거리만 녹지공간화하면 바로 남산에 닿을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종묘까지 내려온 서울의 가장 큰 녹지공간이 서울의 네 주요가로에 의해 남산과 차단되어 있는 것이다.

복원된 창덕궁 앞 월대로부터 남산에 이르는 「3번가」를 도시의 보행공간이 확보된 숲의 거리로 할 수 있으면 북한산을 남산에 닿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교통량이 적은 이 거리에 북한산과 남산의 나무를 옮겨 심고 문화특구로 지정하여 문화가로화 할 수 있으면 세계적인 문화인프라를 만들 수 있다. 서울의 「3번가」인 이 거리에는 주요 역사공간인 경복궁 운현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가 이어있고 인사동 고미술가, 경복궁 동측 미술관거리, 대학로의 극장군과 영화의 거리가 닿아 있다.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이 있는 종로3가 네거리에서 명보 스카라 대한극장에 이르는 거리는 충무로를 통해 명동으로 이어지던 50년대 서울의 문화예술의 거리였다.

서울 도심의 「3번가」가 보행공간이 확보된 녹지공간의 축으로 이어지면 서울 도심을 지나는 모든 지하철역에 닿게 되어 서울의 주흐름과 자연의 공간이 도시중심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3번가」가 인사동거리와 경복궁 동측가로로 연속하고 대학로의 극장가로 이어지는 거리를 만들 수 있으면 돈화문을 중심으로 서측으로 미술의 거리, 남측으로 국악의 거리와 영화의 거리, 동측으로 연극과 무용의 거리가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북한산과 남산을 잇는 자연의 축상에 서울의 역사공간과 문화공간이 서울의 네 주요 지하철 노선이 통과하는 도시의 흐름에 바로 닿게 할 수 있다.

최근 문체부와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문화유산보호와 문화공간확대가 도시기반시설과 문화공간의 통합으로 하나가 될 수 있으면, 문화유산의 해와 세계연극제와 2002년 월드컵이 88올림픽과 같이 기억 속의 축제로 끝나지 않고 도시를 개혁하고 도시의 문화인프라를 장착하는 역사적 사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연의 성장은 이제 한계에 부닥쳐 있다.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달려온 경제발전을 다음 단계의 도약으로 잇기 위해서는 속으로부터 타오르는 내연의 성장이 시작되어야 한다. 새로운 동기의 창출은 우리 모두의 공동체 공간인 도시에 잊혀진 역사공간, 차단된 자연, 소외된 문화공간이 도시기반시설과 하나가 되는 문화인프라를 도시의 일상에서 만날 수 있을 때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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